전공노·세월호 주말 대규모 집회…檢·警은 “불법행위 엄단” 초강경
성완종 파문등 여파 지지율 추락…朴대통령 난국 돌파카드 주목
정부와 전국공무원노조ㆍ‘세월호 참사’ 진보 성향 시민단체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이들 단체가 오는 24일과 25일 양일간 서울 시내에서 여는 대규모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무관용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집회 주최측과 경찰과의 대규모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최근 세월호 추모 집회에 경찰이 ‘차벽(車壁)’을 동원하고 검찰이 구속수사 원칙을 강하게 천명하고 나서는 등 집회와 시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초강경모드로 바뀌면서 공안정국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강경 대응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사회개혁’의 일환으로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가 성완종 리스트 수사, 낮은 지지율, 4ㆍ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난맥을 돌파할 ‘공안 정국 만들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초강경 진압 카드 꺼내든 배경은=대검찰청은 “불법집단 행위의 핵심 주동자에 대해선 직책, 역할, 피해 규모에 따라 구속 수사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불법파업 집단행동의 핵심 주동자부터 신속히 수사하고 소환에 불응하면 즉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관철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찰은 지난 18일에 이어 이번 주말에도 차벽을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검ㆍ경의 강경 진압 방침은 최근 성완종 리스트 수사, 4ㆍ29 재보궐 선거, 30%대의 박근혜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 정치적 현안들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망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자진사퇴 등으로 부정부패수사는 역공을 맞고 있고 4대 국정 과제 중에서 첫 번째에 올라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과 노동개혁의 동력은 그 힘이 떨어진 상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런 일련의 국정 난맥을 정면으로 돌파하려 정부가 공안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좌ㆍ우 대결 구도를 만들어 지지층인 보수층을 재결집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칠레 순방에서 언급한 ‘사회개혁’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 정권 비리 수사로 시작했던 사정 수사가 성완종 리스트로 현 정권 인사들이 유탄을 맞자 시선 분산 차원에서 공안적 상황을 만들어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으로 대통령의 주문한 ‘사회개혁’의 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노 “총파업 참가율 높을 것”…정부 “엄정 대응”=연금 개혁을 둘러싼 공무원노조와 정부 사이의 갈등은 지난해 5월 박근혜정부가 연금 개혁을 발표하면서 정점을 맞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양측의 논의가 있었지만 공무원연금 대안에서 견해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공무원노조 중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의 공무원연금 대타협 대안(기여율과 지급률 부분)을 보면 공노총 측은 우선 기여율(보험료율)을 총 20%로 맞추되 정부와 공무원이 각각 1대 1로 보험료를 나눠 내던 현행 방식에서 정부가 더 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공무원노조 내부에서도 공노총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간 입장이 다르다. 공노총은 공무원이 8.5%를 내면, 정부가 11.5%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총은 지난해 전체 공무원 평균소득인 447만원을 기준으로 이보다 많으면 각각 10%씩 1대1 부담하고 그 이하일 경우 정부가 최대 12%까지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단체 모두 보험료를 더 낼 수는 있지만 그만큼 정부도 더 내야 한다는 기조는 같다.
정부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가 당초 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한 연금개혁 방향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 공무원의 연금액이 결정되는 지급률은 노조 내부에서 이견 없이 하한선 1.9%로 정했다. 이는 현행과 같은 수준이다. 지급률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결국 지난 7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연금법 개악에 반대하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고, 24일부터 통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충재 전공노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예고한 24일에 전공노도 연대해서 파업을 실시할 것”이라며 민원인 불편이 없도록 파업을 진행할 것이지만, 공무원연금 개악이 가시화된다면 24일 총파업 참가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외노조인 전공노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연대 투쟁을 벌이더라도 지도부 위주로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엄정 대응 원칙도 투쟁 열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4년 공무원노조법 문제로 벌어진 파업 당시 노무현정부는 파업 참여자440여 명을 파면 또는 해고하는 등 2600여 명에게 징계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단체 소관 부처인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난 7일 “공무원의 파업은 불법이므로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파업대비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와 회의를 통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집회…시민들도 불안감 고조=세월호 집회를 둘러싸고는 경찰과 집회 주최측 뿐만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종각역 인근 회사에 다니는 박모(32)씨는 “경찰이 대규모 집회 때문에 차량교통과 일반인들의 통행을 막는 것이 아닌지 벌써부터 회사 동료들의 걱정이 많다”며 “불편은 감수할 수 있지만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충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광화문에 직장을 두고 있는 양모(52)씨는 지난 주말 상황을 언급하면서 “귀가를 하는데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교통에 혼란을 주고 있으므로 불법집회다’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오히려 차벽 등을 통해 일반 시민들의 교통까지 방해하고 귀갓길을 망친 것은 다름아닌 경찰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집회 자체에 대한 불만도 있다. 남대문상가에서 유통업을 하는 조모(56)씨는 “요즘 경기도 어려운데 세월호 관련 집회로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다. 특히 주말에 가족 단위로 가게를 많이 찾는데 집회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광화문 일대에서 세월호 집회가 열리는 것을 뒤즞게 알게 됐다는 한 중국인 관광객(23)은 “주말에는 이곳 말고 강남에 방문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다시 맞췄다”고 말했다.
세월호 집회에 참여했다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이 이상 넘어오면 안된다’고 압박을 하고 ‘지금 하는 행동은 불법이다. 우리가 행사하는 압력은 정당하다’고 윽박지르는 경찰 앞에 흥분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경찰의 평화적인 집회 관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4ㆍ16연대와 4ㆍ16가족협의회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주말 세월호 집회 때 등장한 경찰 차벽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경찰의 강경한 집회 대응 방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용민 변호사는 “차벽을 동원하면서까지 집회 결사의 자유를 무리하게 억누르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정권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더 큰 역풍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상현ㆍ신상윤ㆍ이지웅 기자/sr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