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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뉴타운 해제 선언한 박원순 시장, 일찍 자리 뜬 이유는?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뉴타운 재개발 관리방안에 대한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골자는 구역별 상황에 따라 A(정상추진), B(정체), C(추진곤란) 등 3개 유형으로 나누고 A유형에는 지원책을, B유형에는 갈등 해소를 위한 코디네이터 파견 등을, C유형 28개 구역은 시장이 직접 해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장이 비록 일부지만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구역에 대해 직권해제 권한을 발동해 해제를 최초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말까지 서울시는 시장이 뉴타운에 대한 직권해제 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28개 구역에 대해 서울시장이 직접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시장이 서울 뉴타운을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다.

그로 인해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한편으로 의문이 생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직접 뉴타운 및 재개발 수습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설명회 자료 낭독 후 질의응답없이 자리를 떠나 빈축을 샀다. [사진제공=서울시청]

아쉬움은 서울시의 뉴타운 해제 발표가 한 박자 늦은 감이 있어서 생긴다. 올해 부동산 시장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서울 강북권 뉴타운 아파트 신규분양의 인기는 높아만 가고 있다. 뉴타운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 시점에 뉴타운 해제 발표라니 ‘뒷북’ 행정이라는 아쉬움을 준다.

부동산 경기침체의 골이 깊던 작년 중 이런 발표가 나왔다면 정책의 파급력은 더 컸을 것이다. 뉴타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조합원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구역별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의 개발사업인 뉴타운 사업은 지연될수록 손해가 커진다.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이제서야 직권해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암튼 아쉽다.

이 시점에서 아쉬운 것은 또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동안 그토록 만지작거리던 직권해제 카드를 왜 이제야 꺼내들었으며, 직권해제 권한을 발동한 법적 근거는 과연 무엇인가. 직권해제를 당한 구역의 조합원들이 만약 이 직권해제 조치에 반대한다면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B유형에 속한 구역 조합원들이 C유형처럼 B유형도 해제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서울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복잡한 질문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울 무렵, 박원순 서울시장의 설명자료 ‘단순낭독’은 끝이 났다.

이제 기자들로부터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차례였다. 뉴타운이란 것이 전전임 시장에 의해 시작되고 주도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뉴타운 수습대책 또한 현직의 후임 시장이 직접 내놓는 것이 격에 맞아 보인다.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수습대책에 미비한 게 있다면 보완을 지시하고, 해명할 게 있다면 해명하는 것도 시장의 일로 보였다.

그런데 박 시장은 자료 낭독 후 자리를 떴다. 상황은 이렇다. 이날 설명회를 진행하던 서울시 직원이 일정상 시간이 없어 박 시장의 질의응답을 생략한다고 했다. 박 시장은 “원래 질의응답하기로 했었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서울시 직원은 “시간 관계상 질의응답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두말 없이 자리를 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브리핑 시간이 빡빡했다. 박 시장은 곧바로 이어지는 공식 일정이 있어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단다. 기자들 역시 이 브리핑에 이어 종로구청 설명회가 예정돼 있어 그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열린 시정’을 표방하는 박 시장은 기자들의 질문 답변에 인색하지 않았다. 이날도 역시 질문과 답변을 박 시장은 예상했고 그렇게 할 생각이었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스케줄 상 그것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있던 언론과장은 “시장이 자리를 뜰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전달했고, 이후는 본부장이 질의 응답을 받기로 했고, 실제 충분히 (시장이 간 후에도)답변을 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대해 많은 기자들이 의아해했다. 한 기자는 “이럴 바에야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받으면 그만이다. 시장이 설명자료를 읽기만 하고 질의응답없이 자리를 뜰거면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굳이 설명회를 들을 필요가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다른 기자는 “왜 굳이 아까운 시간을 들여 오랫동안 시장이 설명회 자료를 단순 낭독했는지 모르겠다. 스케줄상 시간 여유가 없었다면 애초에 설명회 자료 낭독은 생략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 됐다. 시간이 없어서 질의응답을 못 한다는 해명은 질의응답을 하려는 진정성이 애초에 없었던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시간관계상 질의응답을 못한다는 서울시 직원의 진행에 박 시장이 두 말 없이 자리를 뜨려하자 항의의 표시로 밖으로 나가려는 박 시장 앞에서 손을 들고 질의를 하려 한 기자도 있다. 그는 “뉴타운 수습대책과 같이 큰 사안에 대해 시장이 기자들 질문을 받지도 않고 자리를 뜨려해 시장이 떠나기 전에 질의를 하고 싶어 계속 손을 들고 있었다”며 “서울시 측에서는 시간관계상 질의응답 생략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하지만 기자들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일은 스케줄이 빡빡한 박 시장과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들으려는 기자들 간의 엇박자 생각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뉴타운 정책이라는 시민 관심이 큰 사안에 비춰보면 좀더 세밀한 브리핑이 됐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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