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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한국, 물부족 153國 중 129위…‘물 쓰듯’하다간 생존 위험
매년 500만 수인성 전염병 사망
阿선 우물 때문에 유혈사태까지
2050년 39억 4000만명 물로 고통

한국 물소비량 선진국 두배 수준
국제기구선 물부족 국가로 분류
민·관 힘모아 체계적 水관리 절실



“20세기 전쟁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면 21세기의 전쟁은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될 것이다.”

세계은행의 부총재였던 이스마일 세가겔딘의 말이다. 단순히 물부족에 대한 경고차원의 발언이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2003년 보고서에서 500만명 이상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비위생적인 물로 인한 사망자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달한다고 밝힐만큼 인류는 물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사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2003년 보고서에서 2025년에는 78억명 중 38%인 29억6000만명이 물부족에 직면하게 되고, 2050년에는 절반(42%) 수준인 39억4000만명이 물로 고통을 받게 된다고 내다봤다. 

안동댐

실제로 물을 둘러싼 분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서는 우물 하나를 얻기 위한 살육전마저 벌어지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숨을 쉬기 위해 허덕이는 것처럼, 물 확보에 피를 흘릴 수 밖에 없는 것은 물문제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부족 현상이 아프리카와 중동 등 일부지역에 국한되는 얘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토교통부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평균 강수량의 약 1.6배인 1277㎜ 수준이다. 개울과 강이 곳곳에 흐르고 있고, 손만 뻗으면 수돗물이 흐르는 우리나라이고, 물을 얻는데 있어 아직 큰 어려움은 없으니 물이 풍부하다는 착각이 들 수 도 있다.

하지만 세계평균을 뛰어넘는 강수량은 높은 인구밀도 탓에 1인당으로 따지면 세계 평균의 6분의1로 떨어져 버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계절별 강수량 편차가 심해 홍수기에 이용하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가는 물이 많아 실제로는 더 열악하다는 것이 국내 수자원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연유로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지난 2003년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했다. 우리나라 1인당 재생가능 수자원량은 1453㎥ 수준으로, 조사국가 153개국가중 129위다. PAI는 약간의 육식을 포함해 한 사람의 영양섭취에 들어가는 1년분 식량생산을 위해 약 1100㎥의 물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1인당 재생가능 수자원량이 1000㎥ 미만이면 물 기근국가, 1700㎥ 미만이면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다. PAI의 분류를 유엔(UN) 등 국제기구에서 인용하고 있으니, 일개 연구기관의 학술용 자료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는 통계다.


수자원 기반시설 등을 고려해 뽑아낸 자료를 근거로 하면 상황은 나아지지만 이 역시도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2006년 나온 영국 생태환경 및 수문학센터(CEH)의 물빈곤지수(WPI)에서 우리나라는 62.4점을 기록, 147개 조사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순위가 내려갈수록 물 복지 수준과 이용가능성이 낮은 국가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29개국 중 20위, 29개국 평균(67)보다도 한참 밑돌고 있어 상황은 좋지는 않다.

맘놓고 있을 상황이 아님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물을 펑펑쓰는 축에 든다. 2014년 환경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하루 282ℓ의 물을 소비하고 있는데, 영국(150ℓ), 프랑스(150ℓ), 독일(127ℓ) 등의 2배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존에 필요한 물의 양이 그들보다 2배가 되지 않는 이상 분명 어딘가로 물이 새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물포럼을 계기로 구체적이고도 과학적인 정부, 민간 공동 차원의 물관리 시스템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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