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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채석강 황홀경…내 마음도 물들겠네
노을이 아름다운 전북 부안붉은 바위·푸른 바다 펼쳐진 적벽강서해 수호신 개양할머니 모신 수성당누가 찍어도 작품사진이 되는 솔섬내변산 최고의 절경 꼽히는 직소폭포600m 전나무길 길게 이어지는 내소사절경에 놀라고 백합탕 등 별미에 화들짝
적벽강의 붉은 바위와 푸른 바다, 드넓은 해변가에 펼쳐진 기암괴석들을 보는 순간, 여름휴가 때 해외여행을 가겠다던 생각이 사라졌다. 해변을 끼고 도는 드라이브 코스도 절경이지만 내변산 풍경들은 미술책 속 진경산수화가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전북 부안은 채석강과 같이 독특한 해변 풍광 뿐만 아니라 내륙에도 볼거리가 가득한 숨은 관광 명소다.
채석강은 얇은 책을 수없이 쌓아놓은 듯한 독특한 절벽이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특히 붉은 노을이 지는 해 질 녘이 아름답다. [사진제공=부안군청]

▶외변산=부안의 대표적 관광지 채석강은 바닷물에 침식된 절벽이다. 절벽은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올린 듯한 모습이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이태백이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격포항에서 채석강 쪽으로 내려가면 해변 바닥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있다. 그틈 사이로 풀색꽃해변말미잘 등 바다생물이 살고 있다. 파도가 깎아놓은 해식동굴 안으로 들어가 바깥을 카메라로 찍으면 뿔 달린 유니콘처럼 보이기도 한다.

채석강에 연인이 함께 오면 채석강의 황홀경에 빠져 이별한다는 속설이 있다. 격포에 들어있는 격자는 ‘간격’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최기철 문화관광해설사는 “해식동굴에서 전설의 동물인 유니콘 사진을 찍으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채석강의 북쪽에 있는 적벽강도 놓치기 아깝다. 이곳은 중국 북송 때 시인 소동파가 즐겨찾던 적벽강과 비슷하다고 전해진다.

붉은색 바위로 이뤄진 절벽과 푸른 바다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바닥에 깔린 몽돌 사이로 검은색 셰일과 후추를 뿌린 듯한 노란색 페퍼라이트 등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영화 ‘관상’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이기도 하다.
박지원이 쓴 소설 ‘허생전’의 배경으로 알려진 ‘도적굴'

적벽강 위쪽에는 수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서해바다의 수호신 개양할머니를 모신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개양할머니는 딸을 여덟명 낳아 각 도에 한명씩 보내고 막내딸을 데리고 이곳에 살았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이 풍랑을 피하고 고기를 많이 잡게 해달라며 음력 정월 보름날에 제사를 지낸다.

수성당에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임수도 인근은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진 임당수라는 설이 전해져온다. 수성당 근처에는 화사한 유채꽃밭과 튤립꽃밭이 가꿔져 있다.

줄포에 있는 부안자연생태공원에 가면 바다와 맞닿은 드넓은 갈대밭이 장관이다. 줄포만 일대 20만평의 갯벌이 공원으로 꾸며졌다. 이곳에는 100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는데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사라졌던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오고 있다. 공원 내에 오토캠핑장도 조성돼 있으며, 5월 부안마실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해식동굴 안에서는 첩
첩산중과 바다가 내다보인다.

해질 무렵에는 채석강 남쪽에 있는 솔섬으로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몰려든다. 해변가 근처 작은 섬에 자라는 소나무들과 붉은 노을의 조합은 누가 찍어도 작품 사진이 된다.

▶내변산=해변도 아름답지만 내륙 쪽으로 들어가면 수려한 계곡과 산봉우리가 감탄을 자아낸다. 신라시대 경순왕이 경치에 빠져 오랫동안 머물렀다는 어수대, 이성계가 도를 닦았다는 선계폭포, 내변산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직소폭포 등이 유명하다.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굴바위도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우동리에 있는 대불사에서 대나무숲길을 지나면 굴바위가 나온다. 박지원이 지은 소설 ‘허생전’ 속 도적소굴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도적굴’이라고도 불린다.

도적굴로 가는 대나무숲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 은신처로 숨어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높이 약 5m, 폭 4m 내외의 굴 입구로 들어서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 암석 내 쪼개진 틈이 부서지면서 생성된 굴인데 지속적인 풍화작용으로 크기가 커지고 있다. 굴 속에 서 있으면 첩첩산중이 내다보인다.

구암리에 가면 거북 모양으로 생긴 고인돌 10기가 남아있는 구암리지석묘가 있다. 가을이면 동네 할머니들이 고인돌 위에 고추를 널어놓는다고 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이곳에 고인돌 찻집을 차리고 싶다”고 적었다.

부안하면 내소사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전나무길 600m이 아름답다. 울금바위 아래 자리잡은 개암사도 내소사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부안 별미인 갑오징어볶음

▶소금과 뽕=주부들은 부안에 가면 김장 재료 걱정을 덜 수 있다. 질 좋은 곰소 천일염과 곰소 천일염으로 만든 곰소젓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6월에는 송홧가루가 내려앉아 소금에서 단맛이 난다고도 한다. 여름이면 염전에 눈이 내린 것처럼 소금이 반짝반짝 빛난다. 부안 사람들은 이를 보고 “소금에 살이 쪘다”, “소금 꽃이 피었다”고 표현한다.

곰소항에 가면 어리굴젓, 토하젓 등 각종 젓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전통수산발효소스연구소에서는 젓갈을 ‘소스’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멸치에 곰소 소금만 넣은 멸치액젓과 어간장 등을 만들고 있다. 미역국에 시판 간장 대신 어간장만 넣어도 감칠맛이 살아난다.

부안의 ‘뽕’도 2000억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일으키는 효자상품이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흰 머리를 검게 만든다고 할 정도로 몸에 좋은 식품이다. 김종규 부안군수는 “오디 들어간 것은 무엇이든 드세요”라고 권했다.

뽕나무 잎을 먹고사는 누에 역시 당뇨병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에는 똥마저 염색약이나 아토피 치료제로 쓰일 정도로 버릴 것이 없다.
부안 별미인 백합탕

누에는 청정지역에서만 살아 ‘하늘의 벌레(天蟲)’으로도 불린다. 냄새와 소리에 민감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만져도 죽고, 소나기가 와도 쉽게 죽는다고 한다.

유유동에 자리잡은 누에타운에서는 누에를 실물로 관찰하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보거나 누에가루를 이용한 비누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바다를 끼고 있는 부안에는 백합조개, 갑오징어 등 먹거리가 풍성하다. 조선시대판 미슐랭 가이드 ‘도문대작’에서는 부안의 3대 진미로 녹미(사슴꼬리), 갑오징어, 도하(위도 새우)를 꼽았다. 도문대작은 허균이 우리나라 팔도 명물 토산품과 별미를 소개한 책이다.

▶청자와 차=부안은 고려시대 질 좋은 청자를 생산하던 곳이기도 하다. 부안에서 만들어진 청자들은 서해바다를 통해 개경으로 운반됐다. 부안청자박물관은 과거 고려청자를 굽던 가마터 위에 세워졌다. 무늬를 새겨넣은 상감청자나 비색청자 등 고려청자 2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내에서는 4D 영상물 ‘천년전 유천리에서는’도 감상할 수 있다. 해적으로부터 고려청자를 지키던 도공의 이야기다. 4D 안경을 쓰면 불화살이 눈앞에 날아오고 물과 바람이 얼굴에 뿜어져 나온다. 놀이기구 못지않게 스릴이 넘쳐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고려청자가 발전하게 된 것은 차를 마시는 문화 덕이다. 개암사 가는 길에 위치한 부령다원을 찾으면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차맛을 음미할 수 있다. “대문 안은 19세기, 대문 밖은 21세기”라는 주인장의 말처럼 오래된 한옥인 부안김씨 제실을 찻집으로 꾸몄다.

실내에는 길다란 테이블이 두개만 놓여져있다. 옆 자리에 앉은 손님이 월명암을 창건한 부설거사의 ‘팔죽시(八竹詩)’를 아느냐고 묻더니 직접 읊는다.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 가는대로(此竹彼竹化去竹)/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風打之竹浪打竹)/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대로 살고(粥粥飯飯生此竹)/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른대로 보고(粥粥飯飯生此竹)/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하고(賓客接待家勢竹)/시장 물건 사고파는 것은 세월대로 하세(市井賣買歲月竹)/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萬事不如吾心竹)/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내보세(然然然世過然竹)”

글ㆍ사진(부안)=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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