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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먹고 늦게 들어오면 해명하라”…李총리 지시에 공무원사회 발끈
최근 공무원들에게 점심식사는 전쟁이 됐다. 지난 2월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외친 이후, 수시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공무원 공직 기강 불시 점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에 나서면서, 복무 윤리 강화 차원에서 이 같은 불시 점검은 횟수가 잦아지는 등 더욱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며 국정을 챙기겠다는 이 총리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총리가 최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공무원들은 뒤숭숭해 하고 있다.

이 총리가 ‘실세(實勢) 총리’에서 ‘실세(失勢) 총리’로 위상이 추락할 위기에 있는 데다, “부정부패 척결”을 외쳤던 본인 스스로 ‘뇌물 스캔들’에 얽히면서 공무원 사회에서는 동요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의 공무원들의 반발이 가장 크다. 다른 정부청사와 달리 인근에 식사할 만한 식당이 거의 없어 점심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의 점심시간은 오후 12~1시. 과거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이따금씩 자동차로 편도 10~15분 정도 걸리는 첫마을이나 조치원으로 식사를 다녀 와 복귀 시간이 오후 1시를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점검 강화 이후에는 구내식당이나 “가장 가깝다”는 도보로 왕복 20분 거리의 상가 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서울 등 다른 정부청사 공무원들도 점심 뒤 업무 복귀를 위해 달려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복귀가 늦어 점검에서 걸리며 총리실에서 “경위서를 쓰거나 (점심)약속한 상대방으로부터 설명서를 받아 오던지 해서 해명하라”고 채근하기 때문이다.

세종청사에 있는 한 사회 관련 부처 공무원은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총리실이 입주한 세종청사의 공무원에 대한 점검 횟수가 더 잦다고 들었다”며 “뒤숭숭한 총리실이 오히려 공무원들을 더 채근하니, 우리도 따르고는 있지만 속내가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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