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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은 한번도 완성된적 없다…그저 노래로 유명했을뿐”
결성 30주년…록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
서정적 멜로디·詩 같은 가사…
최고의 앨범에 ‘3집 흑백영화’
故김재기 음색닮은 김동명 기대

모든 음악이 밝은 필요 있을까
고독한 이들 위한 음악 계속 만들것

내달 16일 ‘부활 30주년기념 콘서트’



“돌아보니 어느새 30년이 흘렀더군요. 하지만 지금까지 부활은 단 한 번도 완성된 일이 없어요. 늘 무너졌었고, 무너진 것들을 쌓아올리는 과정이 반복됐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밴드 부활은 극심한 부침을 반복하는 한국 대중음악시장에서 오랜 세월 동안 밴드로 제 목소리를 내며 대중성까지 확보한 독보적인 존재이다.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사랑할수록’ ‘네버 엔딩 스토리’ 등의 곡은 부활의 히트곡을 넘어 이제 한국 대중음악사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음원차트에서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힘겨운 현 대중음악시장에서, 부활이 올해로 결성 3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지난 15일 서울 방이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담담한 어조로 소감을 전했다.
지난 15일 서울 방이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태원은 “부활은 지금까지 노래로 유명했을 뿐 밴드 그 자체로 유명했던 일은 없다”며 “나는 음악 밖에 모르고 또 음악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나의 목표는 부활을 알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부활은 한국 헤비메탈의 태동기인 1985년에 결성돼 이듬해 데뷔 앨범 ‘록 윌 네버 다이’로 이름을 알렸다. 또한 부활의 데뷔 앨범과 1987년에 발매된 2집 ‘리멤버’는 2007년 모 일간지 선정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특히 1993년에 발매된 3집 ‘기억상실’은 부활의 전매특허인 서정적이면서도 아류를 찾기 힘든 멜로디와 시를 방불케 하는 가사를 구체화시킨 명반으로 꼽힌다. 고(故) 김재기가 보컬리스트로 참여한 이 앨범은 ‘소나기’ ‘사랑할수록’ 등의 히트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가장 애착을 가진 앨범과 노래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태원은 망설임 없이 3집과 이 앨범의 수록곡 ‘흑백영화’를 꼽았다.

김태원은 “3집은 더 이상 살아서 만날 수 없는 이의 목소리가 담긴 앨범이기 때문에, 부활이 앞으로 30집까지 앨범을 내더라도 가장 소중히 다룰 작품”이라며 “음악을 하면서 가장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세상에 없는 사람을 추억할 때”라고 고인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드러냈다.

고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지난해 부활의 새로운 보컬리스트로 영입된 김동명의 목소리에선 고인의 목소리와 비슷한 결이 느껴진다. 김태원은 “김동명의 목소리에선 한강처럼 거대한 강을 느낄 수 있다”며 “조금만 더 성장을 하면 그 강은 바다가 될 것이다. 그 정도의 넓이를 가진 목소리”라고 극찬했다.

부활은 오랜 세월 활동해 온 만큼 많은 부침을 겪었다. 부활이 3집을 히트시킨 후 1995년에 내놓은 ‘잡념에 관하여’는 다소 난해한 음악 때문에 상업적으로 철저히 실패했다. 부활은 1997년 박완규를 영입해 5집 ‘불의발견’을 히트시켰지만, 1998년에 발표한 6집 ‘이상시선’과 2000년에 발표한 ‘컬러’는 대중적인 반향을 얻지 못했다. 오랜만에 부활에 날개를 달아준 앨범은 2002년 이승철과 함께 해 ‘네버 엔딩 스토리’를 히트시킨 8집 ‘새벽’이었다.

김태원은 “마치 동력없는 뗏목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기타를 들고 있을 때가 많았지만, 물 흐르는 대로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구조돼 있더라”며 “모든 음악이 밝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고독한 이들을 위해 음악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활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대중에게 각인시킨 계기는 김태원의 예기치 못한 예능 출연이었다. 김태원은 ‘남자의 자격’ ‘나 혼자 산다’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민할매’란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3년 돌연 예능 출연을 중단해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샀다.

김태원은 “나는 부활을 알리기 위해 예능에 출연했다”며 “음악 방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 속에서 부활을 알릴 방법은 예능 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독특하되 평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나와 맞는 예능에 출연할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나설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태원의 기타 연주는 탁월한 멜로디와 색깔있는 톤으로 유명하다. 무대에서 특별히 많은 장비를 이용하지 않는 것도 다른 기타리스트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김태원은 “직접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악기 제조 회사 ‘폴 제페토’에서 만든 기타와 보스의 멀티이펙터 ‘GT-6’가 장비의 전부”라며 “70~80년대에는 우월한 톤과 그렇지 않은 톤으로 나뉘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느낌을 잘 표현하는 연주가 중요한 시대”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한편, 부활은 오는 5월 1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회에 걸쳐 ‘부활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또한 부활은 올해에 14집 파트1를, 내년 가을에 파트2를 발매해 앨범을 완성할 계획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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