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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스톡-Park‘s talk] 朴대통령, 공감실패 속 위기진화 진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4월 셋째주는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전주(前週) 불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한 데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참사 1주기와 관련해선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합니다. 중남미 4개국 순방 출국일임에도 진도 팽목항을 찾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걸 꼽습니다.

역시 소통의 문제일까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런 공감 모으기 시도는 일단 실패한 걸로 보입니다. 팽목항 방파제 앞에서 대통령이 읽어 내려간 발표문 사이사이에 세월호 유가족 및 일반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대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이 추모하고 위로하려던 희생자ㆍ유가족들은 팽목항을 떠났고, 싸늘한 기운만 항구를 감싼 가운데 발표문 낭독에 집중한 건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 정도였습니다.

‘성완종 파문’에 직면한 박 대통령은 불안해 보였습니다. 자신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연루됐고, 일부는 박 대통령의 대선 자금과 관련돼 있어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지적이 위기감을 증폭시킨 걸로 보입니다. 연거푸 정치개혁을 외쳤고,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건 그만큼 ‘정권이 위험하다’는 자체 진단을 내린 걸로 풀이됩니다. 


아무튼 박 대통령은 18일 현재 콜롬비아에 있고, 다음주엔 외교적 성과를 드러내는 발언을 쏟아낼 걸로 보입니다. 관심은 돌아오는 4월 마지막주, 어떤 선택을 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할지에 모아질 겁니다.

▶“북한은 헝가리의 성공적인 체제 전환 경험을 본받아야”(4월 14일)= 박 대통령이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한 말입니다.

이 대목만 떼어놓고 보면 ‘성완종 파문’이 터졌는데 무슨 한가한 얘기냐고 갸우뚱할 수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미 파문 관련, 검찰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지난 12일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한 ‘말씀’ 했으니 헝가리 대통령을 만나선 일정에 맞게 외교적 발언을 한 것이죠.

북한은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혹독한 대가를 초래할 대결 입방아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한 집권자가 존엄높은 우리의 제도를 마구 헐뜯어댔다”며 “동족을 모함하고 시기질투하는 궤변 중의 궤변”이라고 비판한 겁니다. 체제에 관한 한 양보하지 않는 게 북한이라는 걸 모를리 없는 박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건 소신이자 스타일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여론은 박 대통령이 ‘성완종 파문’에 대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류(類)의 말이라도 육성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추가 메시지 발신 여부에 대해 이 때까지 확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침묵 속에 순방을 떠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이유입니다.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4월 15일)= 세월호 1주기를 하루 앞둔 날, 박 대통령은 ‘성완종 파문’과 관련해 한층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습니다. 일각에선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한 걸로 해석했습니다.

논란을 불러 일으킨 대목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 문제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한 번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개혁’ 이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성완종 폭탄’이 떨어졌는데,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한 데 묶어 개혁하자는 얘기는 ‘친박(친 박근혜계)’ 정치인 뿐만 아니라 야권 인사도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로 해석됐습니다.

▶“가족 잃은 고통 잘 안다…제 삶을 통해 느껴왔다”(4월 16일)= 진도 팽목항에서 참사 1주기를 맞아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에게 “이제는 가신 분들의 뜻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그분들이 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고통에서 벗어나셔서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시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위로이지만, 어딘지 차갑게 느껴집니다. 유가족들이 냉랭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세월호 선체 인양에 나서겠다고 하고,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음에도 유가족들의 닫힌 마음을 열진 못한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작년 5월 2일 청와대로 10명의 종교계 지도자를 초청한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 “저도 부모님을 다 흉탄에 잃어서 가족을 잃은 마음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통감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 온라인에선 이 발언을 두고 시쳇말로 ‘난리’가 났었습니다. 채 피어보지도 못한 아이들의 죽음을 누구의 것과 비교하느냐는 게 골자였습니다. 어찌보면 박 대통령의 공감 시도는 인식의 격차로 인해 애초 무리였을 수 있습니다.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떠한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4월 16일)= 김무성 한나라당 대표에게 ‘성완종 파문’과 관련해 SOS를 쳐 단독회동한 뒤 박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40분간 회동이었으나, 김 대표가 당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한 건 5분도 채 되지 않았기에 박 대통령이 추가로 어떤 말을 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김 대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정부패를 확실하게 뿌리 뽑는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꼭 관철시켜야 한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와 관련, “알겠다.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습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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