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기자수첩> 꽃향기에 인파, 생기도는 국회…정치엔 언제쯤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평소에는 국회직원들이나 보좌관, 혹은 업무를 위한 방문객들만 오갈뿐 한편으로 스산한 기운까지 돌던 국회가 요즘은 상춘객들의 발길로 북적입니다.

근처 윤중로에 만개한 벚꽃을 즐기러 여의도를 찾은 나들이객들의 발걸음이 바로 옆 국회로까지 이어지는 듯 합니다. 지난 주말엔 국회를 방문한 인파가 이틀간 25만명에 달했다는 국회 사무처의 자랑아닌 자랑도 있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국회에 상주하고 있는 기자의 눈에는 이런 인파의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늘 무겁기만한 국회의사당에서도 생기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북적이는 국회 잔디밭에서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국민들과 정치의 괴리감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내달 16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되는 ‘2015 열린국회’ 행사의 일환으로 국회 잔디광장에 설치된 조형물인 ‘상상의 과일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20대 연인에게 말을 걸어봤습니다.

“전에 국회 경내에 들어와 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요. 여의도에 벚꽃 구경 왔다가 사람들이 드나들길래 한번 와봤어요”

“여의도에도 처음 와 보신 건가요?”

“그건 아니구요. 63빌딩이나 유람선 타러도 와보고, 둔치 공원에도 몇번 왔었죠. 그런데, 국회는 일부러 와보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와봐야 구경할 것도 별로 없고, 왠지 거부감이 들어서요”

“정치권에 대한 거부감 말씀인가요?”

“그렇죠. 우리 국민들 중에 국회나 정치인들에게 좋은 감정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매일 싸우고, 욕하고, 뭘 받고…. 그 나물에 그 밥이죠, 뭐.”

20~30대 젊은층이 대체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 연인들에게서는 무관심보다도 ‘정치 혐오증’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어 만난 국회 경내를 산책하고 있던 60대 노부부에게서는 그 혐오가 한층 크게 느껴졌습니다.

“건물은 대궐처럼 으리으리하게 지어놓고 여기서 쌈박질이나 하고, 돈이나 받아먹고 하니…. 국회가 나라 꼴을 다 망쳐놓는 거 같어”

세대는 달랐지만, 국회 경내에서 만난 일반 국민이 보는 국회의 모습은 너무도 닮아있었습니다.

또 최근 ‘성완종 리스트’로 국회가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도 여실히 감지됐습니다.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된 정치인들의 말바꾸기와 애처로운 해명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 10일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이 ‘깨끗한 대한민국을 위한 부패 방지 대책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그를 뒷받침 합니다.

이 의원실이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부패 수준 인식과 척결 방향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에 대한 부패 체감 지수는 10점 만점에 8.33점으로 조사대상 직군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로는 고위공무원이 7.42점, 지방자치단체장 7.29점, 인·허가 담당 공무원 7.21점, 세무 담당 공무원 6.84점 등의 순이었습니다.

지역구 관리를 아무리 열심히 하고, 법안발의 등 의정활동이 뛰어나더라도, 부패한 정치인은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 만난 민심이 말하는 선량(選良)의 제1덕목은 바로 ‘청렴’이었습니다.

igiza7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