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좌고우면’하지 않겠다던 검찰의 ‘성완종 게이트’ 수사가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16일 특별검사 도입을 언급함에 따라 검찰로서는 성 전 회장의 자살로 인한 수사 부담에 더해 특검까지 신경써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은 지난 15일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 측근 등 15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려던 터에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라 여파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팀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말을 네 차례나 반복했다.
특검 도입 논의 등 주로 정치권에서 불어올지 모를 ‘외풍’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16일에는 손영배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 등 검사 2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기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검사 7명과 팀장ㆍ부팀장까지 합치면 검사만 10명이 넘는 대규모 조직을 꾸리면서 수사의지를 내비쳤다.
17일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밤을 새우다시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팀 출범 초기 입장과 변함 없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별수사팀으로서는 구성 닷새 만에 대통령마저 입에 올린 ‘특검 논의’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검 자체가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의심받을 때 도입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순방에 나서기 전 ‘예외 없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주문한 점은 검찰이 박 대통령의 귀국 전까지 이 총리를 둘러싼 의혹을 신속하게 풀어달라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검찰로선 대통령이 귀국하는 오는 27일까지 10여일동안 정치적 혼선을 최소화하면서 의혹을 규명할 객관적인 증거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복잡미묘한 정치 환경 속에서 검찰은 이 총리의 의혹 사건에 대해 ‘물밑 수사’라는 절충적 수사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국정을 돌봐야 하는 이 총리의 주변을 직접적으로 강제 수사하는 방식을 지양하면서도 물밑에서 속도감 있게 의혹의 단서를 찾아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품 제공 의혹 내용에서 다뤄진 2013년 4월 충남 부여·청양 재보선 캠프 관계자에 대한 공개적 소환이나 강제수사보다는 당시의 진상을 복원할 수 있는 구체적 단서들을 수집하는 작업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검찰이 박 대통령의 귀국 시점까지는 이 총리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 여부를 판단할 자료를 완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마지노선’으로 제시된 대통령 귀국까지 의혹규명에 실패할 경우 이번 수사는 특검 손에 넘어갈 경우 지난해 시행된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첫 특검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상설특검제도는 지난해 6월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가동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상설특검은 사안마다 특별법을 제정한 기존 특검과 달리 필요한 경우 국회 본회의 의결이나 법무부 장관의 판단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하게 된다.
그러나 당장 특검을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으로나 절차상으로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
박 대통령이 12일간의 중남미 순방에서 돌아오고 이완구 총리 거취 문제가 결정된 뒤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국회 의결이나 법무부 장관의 결정으로 특검대상 사건인지를 우선 판단해야 하고,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친 2명의 후보자 추천과 대통령의 임명 절차 등으로 최소 두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