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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대路 멋대路]월영교도 식후경…안동의 봄을 맛보다
[HOOC=강문규 기자]“금강산도 식후경.”

맞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 배고픔을 먼저 해결하는 게 상책입니다.

생명이 움트는 봄. 추운 겨울이 지나고 들썩이는 것은 자연뿐만 아닌 것 같습니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3월의 마지막 주말, 고속도로는 나들이 행렬로 꽉 차 있었습니다.

모처럼 떠난 가족여행은 수많은 차량으로 인해 출발부터 계획과 어긋납니다. 인천에서 안동까지 300㎞ 3시간30분 거리, 하지만 예상보다 1시간 30분이나 더 소요한 5시간이 걸립니다. 배고픔에 지친 아이들은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아내의 짜증섞인 목소리도 들립니다. 안동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습니다. 오후 2시에 점심을 예약했기 때문에 월영교 투어는 어쩔 수 없이 2순위로 밀립니다.



▶맛있는 안동

가족여행을 떠나면 항상 어린 두 아이의 먹을거리가 걱정입니다. 매운 것은 피해야 하고, 회 종류도 아직 가리는 음식이 많습니다.

며칠 전 안동이 고향인 친구에게 분위기 좋은 맛집으로 레스토랑을 추천받았습니다. 보나베띠 안동타워점.

‘양반의 고장’ 안동에 선비의 음식이 아닌 서양음식점이 유명하다니, 일단 그 레스토랑을 인터넷으로 검색했죠. 유럽식의 ‘멋과 풍류를 곁들인 와인’ 문화를 국내에 정착시킨 레스토랑이라는 소개가 눈에 띕니다. 안동에서 이미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안동호 인근의 전망이 좋은 곳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어 곧바로 예약했죠. 안동시내와 약간 떨어져 있는 보나베띠 안동타워점은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건물 8층 높이의 레스토랑은 젊은 연인들과 가족단위의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3일전 예약한 우리 가족은 가장 전망이 좋은 창가 자리로 앉습니다. 인테리어는 모던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습니다. 역시 가장 큰 매력은 탁트인 전망. 창가 옆 맑은 강물이 눈길을 잡습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낙동강이라고 하더군요.

전망대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원형으로 둥글다보니 어디를 둘러봐도 강의 풍경이 보입니다. 여행지에서 맑은 강물을 보며 식사 주문을 합니다. 프리미엄 와인 레스토랑답게 즐비한 와인도 눈길을 잡습니다.



우리 부부를 위한 커플세트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를 메뉴로 선택했죠. 식전빵과 샐러드, 와인과 에이드가 먼저 나옵니다. 그리고 커플세트에서 선택한 토마토 파스타와 안심스테이크도 적절한 시간에 테이블에 놓입니다. 부드러운 안심에 레드와인 소스가 곁들여진 스테이크는 국내산 육우를 사용해 더욱 부드럽고 담백했습니다. 사이드로 구운 양파와 버섯, 단호박, 가지 등도 스테이크의 맛을 더욱 살려줍니다. 



아이들은 평소에 좋아하던 돈가스보다 스테이크를 선택합니다. 아이들 입맛에도 비싼 게 맛있나 봅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바로 폭풍흡입.

시장이 반찬이었을까요, 본래 음식 맛이 좋아서일까요, 주변 경관에 반해서였을까요. 감탄사가 나올 맛집다운 훌륭한 음식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점심식사를 마치니 이제야 풍경이 더 제대로 눈에 들어옵니다. 커피까지 마신 부부와 아이들 표정이 한껏 밝아졌습니다. 다음 일정 월영교로 차를 돌립니다. 



▶월영교도 식후경

차로 15분 남짓 안동물문화관 인근 월영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은은한 달빛이 비치는 다리’라는 뜻이 담긴 목조다리죠. 700리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안동댐 보조호수를 가로지르는 월영교는 폭 3.6m, 길이 387m의 인도교입니다. 월영교에서 법흥교까지 2080m에 이르는 ‘호반나들이길’은 힐링이 절로 되는 산책로입니다. 



안동의 봄은 25도를 훌쩍 넘어 후텁지근합니다. 월영교 역시 봄의 기운을 만끽하며 오고가는 인파들로 가득합니다. 아이들은 솜사탕을 하나씩 들고 신나게 다리를 건넙니다. 호수에 띄운 황토돛배는 운치를 더합니다. 다리 중앙에는 포토존으로 유명한 ‘월영정’이라 불리는 정자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월영교를 건너 왼편으로 500m 거리에 안동민속박물관과 개목나루가 있고 오른편으로는 석빙고와 선성현객사, 월영대를 지나 호반 나들잇길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냥 건너편만 찍고 돌아옵니다. 걸은 지 벌써 한시간, 아이들이 지루해하기 시작합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가족여행이 행복은 아이들 컨디션이 좌우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의 욕심은 과감히 포기합니다.

안동의 첫날은 예약한 숙소를 찾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아직 하회마을은 1시간 이상 거리에 떨어져 있습니다. 다음 날 일정도 만만치 않은 강행군이 예상됩니다.



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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