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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문창극 처리법’으로 이완구 놓을듯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핵심 연루자인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 결정에 작년 6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처리방식을 적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당시 상황은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문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 재가 지연→자진사퇴 유도’로 요약된다. 이 총리는 현역 총리여서 분명 문 지명자와는 ‘신분의 차이’는 있지만, 상황 전개 과정에서 흡사한 측면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의 결단도 이를 바탕으로 유추 가능하게 흐르는 양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한 출국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단독회동을 하고 이 총리 거취와 관련,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겨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떠난 朴, 의중 헤아려야 할 총리=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회동에서 “잘 알겠다.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가 당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들을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전한 데 대한 답이었다. ‘여러 의견’이 무엇인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핵심은 ‘이 총리 교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9박 12일간 순방을 떠나면서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사안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여기엔 박 대통령이 그간 이 총리를 신임했던 데다, 의혹만으로 자신이 선택한 ‘국정 2인자’를 쉽게 버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문창극 총리 지명자 때도 그랬다. 작년 6월 10일, 총리 후보로 발표된 문 지명자는 이튿날부터 역사 인식 문제로 코너에 몰렸다. 각계에선 지명 철회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명쾌한 입장 표명없이 같은 달 16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떠났다. 문 지명자를 둘러싼 자격시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해야 할 인사 청문요청서 재가를 미뤘다. 전자결재를 통해 순식간에 사인만하면 됐지만, 일정이 빡빡해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문 지명자는 “사퇴 않겠다”고 버텼고, 청와대는 재가 여부를 박 대통령 귀국(6월 21일)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자진사퇴 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지만, 문 지명자는 입장을 바꾸지 않다가 박 대통령 귀국 사흘이 지나서야 “지금 사퇴가 박 대통령을 돕는 것”이라며 물러났다.

현재 이완구 총리도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절대 돈을 받지 않았다며 버티고 있다. 이 총리는 17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어제 출국했으니)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밝혀, 일반의 인식과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관건은 검찰 수사다. 통상 피의자 소환은 증거 수집이 끝난 뒤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지는 데다 대통령 순방 기간 중 국정을 대리해야 할 이 총리를 대통령 부재(不在) 중에 부르긴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총리가 ‘정권 부담 덜기’를 위해 거취를 결정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 이후에 표면화할 전망이다. 


▶“특검도 마다 않겠다”…정치개혁이란 이름의 ‘양수겸장’=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에게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떠한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각료 임면권 행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국무총리는 정해진 임기가 없어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언제든 해임할 수 있다. 야권에서 검토하고 있는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관련해선 김무성 대표는 “야당에서 하는 행위라 우리가…”라고 했고, 박 대통령과도 이에 대해선 얘기가 없었다는 뜻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 대통령이 “특검 도입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한 대목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 특검이 실시되면, 비단 이완구 총리 뿐 아니라 ‘마당발 인맥’을 자랑하던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은 여야 가리지 않고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성 전 회장이 여야 정치인을 막론하고 돈을 준 기록이 적힌 장부가 나왔다는 얘기가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고 있다.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국회 의결 뿐 아니라 대통령의 결정으로 실시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부정부패를 확실하게 뿌리 뽑는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15일, 세월호 1주기 관련 현안 점검회의에서도 ‘정치개혁’을 언급했으니, 연이틀 ‘정치개혁’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박 대통령의 시선은 이미 이 총리 문제 처리를 넘어 정치권 전반의 사정에 맞춰져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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