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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판 붙자”비교광고 ‘누이좋고 매부좋네’
경쟁사 제품을 맞수로 지목 비교제품 인지도 동반 상승 윈·윈효과해외선 자사제품 우월성 강조 많아국내선 소비자 반감 초래 역효과 주의
경쟁사 제품을 맞수로 지목 비교
제품 인지도 동반 상승 윈·윈효과
해외선 자사제품 우월성 강조 많아
국내선 소비자 반감 초래 역효과 주의



“골프(Golf)야, 한판 붙자”

르노삼성이 내놓은 QM3의 홍보문구다. 지난 1일 소형 세그먼트의 대표 수입차종인 BMW 미니(MINI)와 폴크스바겐 골프를 직접 언급하며 “한판 붙자”라는 문구를 띄웠다. 이어 15일에는 페이스북은 물론 삼성역 지하철에 마련된 DMT(Digital Media Tunnel)에 “어떤 차종이든 단 1리터의 연료로 붙어보자”며 도발했다.

현대차도 투싼을 내놓으면서 폴크스바겐의 소형 SUV 티구안을 경쟁상대로 지목했다. 최근 국내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수입차 시장을 맞수로 삼은 것이다.

업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사 제품을 자사 제품에 견주는 비교광고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경쟁사 제품을 조롱하거나 깎아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추월해야할 대상으로 삼아 경쟁제품의 인지도까지 올려주는 효과를 낸다. 윈윈전략이다. 

르노삼성 측 관계자는 “국내 판매 1년을 넘긴 QM3는 스페인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유럽 대표 베스트셀러”라며 “그동안 물량 부족으로 인해 국내 고객들의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이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올해부터 물량 확보에 여력이 생겨 간판 수입소형차들과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런 비교광고는 해외에서 더욱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자사 제품 홍보에만 충실한 삼성전자도 해외에서는 애플을 상대로 공격적인 비교광고를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서 내보낸 ‘갤럭시탭프로’ 동영상 광고에도 어김없이 애플이 등장한다. 아이패드를 든 한 남성이 “우리 꼬마가 작업한 차트를 삭제해 버렸다”고 불평하자, 갤럭시탭프로를 든 다른 남성은 “아이들과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쓰지 그랬냐”고 조언한다. 아이패드에는 없고 갤럭시탭프로에만 탑재된 멀티유저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심지어 일체형 배터리를 쓰는 아이폰 이용자들이 충전을 위해 벽면 콘센트에 붙어있는 패러디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LG전자도 자사의 신형 핸드폰이 애플을 상징하는 ‘사과’를 격파하는 사진을 지면광고에 사용했다. 삼성과 애플의 양강체제를 뒤흔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그러나 유난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비교광고가 드물다. 광고계 인사들은 “비교광고를 자칫 잘못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이런 비교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강할 뿐만 아니라, 비교광고를 규제하는 심의가 해외보다 엄격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소설커머스회사인 위메프가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경쟁사인 쿠팡을 패러디하는 광고영상을 올렸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장ㆍ비방광고’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 영상은 쿠팡을 ‘구팔’ 등으로 묘사했다. CJ제일제당도 올해 연어캔 TV광고에서 ‘참치? 촌스럽게, 이젠 연어지’라는 표현을 써 중징계에 해당하는 ‘주의’를 받았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나 공정위는 제재수준을 결정할 때 ‘소비자들의 반응’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데, 우리나라는 ‘상도의’에 대한 국민정서가 엄격해 제재가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대련 연세대 교수(경영연구소 소장)도 “이성적 판단을 중심으로 하는 비교광고와 감성적 판단을 중심으로 하는 비난광고의 구분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이 이런 정확한 구분없이 후자의 경우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역효과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최근 등장하는 비교광고들은 해외나 과거사례에 비해 ‘예의’를 갖춘 경우가 많다. 광고에 등장하는 경쟁사들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QM3 광고에 등장하는 폴크스바겐 측은 “QM3가 골프를 지목했다는 것은 골프에 대해 시장 선도주자로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QM3의 도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지난 3월17일 티구안을 경쟁상대로 지목한 후, 티구안의 3월 판매량도 전월대비 20%가까이 증가했다. 투싼의 지난달 실제 계약건수도 언급 이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잠재고객들 사이에서 티구안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높아져 티구안과 투싼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고 전했다.

김윤희ㆍ서상범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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