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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평등은 양립가능한 가치정의는 자유를 위협하지 않고 확장불가침의 명제는 좋은 삶을 위한 것
자유와 평등은 양립가능한 가치
정의는 자유를 위협하지 않고 확장
불가침의 명제는 좋은 삶을 위한 것



2010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사회 전반을 흔들어 놓으며 ‘정의’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넘어 공동체적 가치를 내세운 적극적 평등을 주장한 그의 강의와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의 폐해, 복지 논쟁 논란 속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샌델은 평등한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통합된 가치, 공동체 최고의 선에 대해선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2015년 막 출간된 드워킨(1931~2013)의 ‘정의론’(민음사)은 정의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2011년 하버드대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의 원제는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다. ‘고슴도치’는 철학자 이사야 벌린에 의해 유명해진 아르킬로코스의 시구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에서 따온 것. 드워킨은 이 책을 통해 정의, 평등과 자유, 법과 민주주의 등 수많은 가치들을 관통하는 ’큰 것 하나’를 그려 넣었다.

정의는 흔히 평등과 동의어로 인식된다. 드워킨은 서두에서 정의로운 정부의 모습을 먼저 제시한다. 첫째, 자신이 지배한다고 주장하는 모든 이들의 운명에 대한 동등한 배려와 둘째, 각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그들의 책임과 권리를 온전하게 존중하는 것이다. 이는 분배정의론으로 이어진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신의 상품과 원하는 노동을 원하는 만큼, 가능한 만큼 사고 파는 자유 시장의 결과를 그대로 허용하는 자유방임의 정치경제는 모든 이들에 대해 평등한 배려를 표하는 게 아니다. 유전적 소질과 태생적인 재능, 운은 개인의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부가 모든 이들의 재산을 환수해 동일한 몫으로 재분배하는 것도 자신의 삶을 무언가 중요한 것으로 만들어야 할 사람들의 책임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다. 

드워킨은 따라서 분배정의의 문제는 평등한 배려와 개인의 책임이라는 지배적 원리를 모두 존중하는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드워킨이 이 두 개의 원리, 평등과 자유를 온전하게 충족시키며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을 장엄하게 펼쳐 보인다.

책은 크게 세 가지 기둥으로 구성돼 있다. 도덕적 판단의 독립성과 가치들의 통합성, 가치들의 해석적 특징이다.

먼저 드워킨은 ‘도덕적 판단에도 진리가 있을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도덕적 진리란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입장의 차이들만이 있다는 회의주의적 입장을 논박한다. “도덕에도 진리는 있다”는 명제를 입증하는데 이 책의 3분의 1이 할애돼 있을 정도다. 드워킨은 자유나 평등, 책무들의 가치는 어떤 하나가 다른 하나 위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해석을 통해 서로 연관되는 방식을 통해서만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말한다. 경합을 벌이는 가치 중 논리적 통합성이 가장 강한 것이 지고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드워킨은 가치들을 재정립하는 거대한 작업에서 가장 궁극적인 가치로 ‘잘 사는 것’(living well)을 제시한다. “우리는 삶의 가치를 잘 사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잘 사랑하고, 그림을 잘 그리고, 글을 잘 쓰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것에서 또는 다이빙을 잘하는 것에서 가치를 찾듯이 말이다”라고 드워킨은 말하면서 “삶에서 그 외의 영속적인 가치나 의미는 달리 찾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드워킨이 말하는 ‘잘 사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 훌륭하고 좋은 삶과는 다르다. 드워킨은 잘 살아내기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기 존중과 진정성이다. 자기 삶을 우주적인 기회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야말로 모든 윤리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삶에 대한 이런 윤리는 필연적으로 타인에 대한 도덕으로 이어진다.

“자기 존중이 이를 요구하는 이유는 우리가 모든 사람의 삶이 객관적으로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의 삶을 일관되게 객관적으로 중요하게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이 개인적 차원에서 공동체의 차원으로 확장되며 ‘잘 산다’는 것은 결국 공동체 속에서 잘 사는 것일 수 밖에 없는 논리적 귀결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와 평등은 대립하지 않는다는 드워킨의 주장이 가능해진다. 드워킨은 자신의 삶에 대한 윤리와 타인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모든 정치적, 법적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드워킨이 이 책에서 추구하는 정의는 평등과 자유, 법과 민주주의 등 다른 제도와 가치들의 조합과 지지에 의해서만 가능한 가치다. 드워킨은 여기서 법을 도덕성의 한 가지로 개진하면서 사상체계의 틀을 완성한다.

“우리가 상상한 정의는 불가침의 명제에서 시작했다. 즉 정부는 피지배자들을 평등한 배려와 존중으로 대우해야 한다. 이 정의는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지 않고 확장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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