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성완종 쓰나미‘를 계기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청와대가 주도권을 행사해온 당청 관계도 변화의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외국 순방 출국에 앞서 이완구 국무총리 대신 집권 여당 대표인 김 대표를 만난 대목을 당청 관계 변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해석이 적지 않다.

대통령이 외교 일정 등으로 외국에 머물 때 총리를 불러 각종 지시와 당부를 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날 이 총리 대신 김 대표와 만나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원조친박‘이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시절 세종시문제로 박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진 뒤 김 대표는 친박핵심이 아닌 비주류로 분류돼 왔다는 점에서 이날 회동은 당청 관계에서 의미있는 시사점을 던진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김무성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청 관계가 당 주도로 흘러갈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친박 핵심들이 대거 거명된 ’성완종 리스트‘ 사태로 예상치 못한 시련에 처하게된 박 대통령이 결국 사태수습과 향후 정국 운영을 위해선 비주류로 간주되는 현 지도부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날 회동에 대해 “박 대통령이 당 내부의 의견을 듣고 가능한 것들은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한 자리”라고 평가한 점은 이런 해석에 힘을싣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 총리 본인이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당사자로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까지 사퇴를 요구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번에 어쩔 수 없이 김 대표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번 회동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회동 한 번으로 당청 관계가 갑자기 역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인 셈이다.

한 비주류 의원은 “박 대통령이 불가피한 상황이니까 김 대표를 만났을 뿐 상황이 달라지면 원래 스타일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이날 이 총리의 사퇴 문제를 마무리 짓지 않고 출국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리는 한편, 이를 그대로 수용한 김 대표에 대해서도 마뜩찮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당이)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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