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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 사망사고 절반이 추락사…안전불감증 심각
우리 주변의 '세월호' <5> 건설현장
공기단축·인건비 절감등 핑계…현장 안전규정은 ‘있으나마나’


지난해 10월 21일 부산 부산진구 신축 주택 건설현장. A씨는 3.8m 높이에서 자신의 발 볼보다 좁은 폭 4.5㎝ 쇠파이프 지지대(강관비계)를 딛고 콘크리트 거푸집을 설치하다 발을 헛딛어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재해자는 2만3600명, 이 중 사망자는 435명이었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가 993명임을 고려하면 절반 가까이가 건설업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건설업 사망자 중 ‘떨어짐’이 재해 원인인 경우가 235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건설현장 사망사고 절반이 추락인 가운데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지난해 12월 서울 제2롯데월드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추락 재해였다. 김모(63)씨는 외부 지지대를 보강하는 작업을 하던 중 지지대 위쪽으로 올라가다 좁은 지지대 사이로 발을 헛딛고 6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안전보건공단은 김씨 사례와 같은 사고를 막는 대책으로 ‘안전 통로를 철저히 설치할 것’, ‘지지대 조립ㆍ해체ㆍ변경 시 근로자가 관리감독자의 지휘에 따라 작업할 것’, ‘폭 20㎝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고 추락방지대를 사용할 것’ 등을 제시했다.

반대로 말해 이런 기본적인 사항들이 대기업의 랜드마크 건설현장에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유사한 원인의 건설현장 추락 사고는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11일 울산시 중구 공사 현장에서 외부 벽체 작업을 하던 이모(48)씨는 지지대에서 발을 헛딛고 12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 안전방망(그물)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강원 태백시 철암동 공사 현장에서는 자재 운반 작업을 하던 정모(62)씨가 중간 난간대가 설치되지 않은 6m 높이 쇠파이프 지지대 발판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추락해 숨졌다.

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도원의 최돈흥 부장은 이처럼 반복되는 추락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시스템비계(블록 형태로 끼워넣도록 해 붕괴와 미끄러짐을 예방하는 외부 작업대)와 안전방망 설치 규정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저렴하다는 이유로 강관비계를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작업용 발판과 난간대를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체계적인 시스템비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방망 의무 설치 높이도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했다.

현행법은 10m 단위로 안전방망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지상에서 10m까지는 안전방망을 설치할 의무가 없지만, 앞선 사례처럼 3.8m에서도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 만큼 3∼5m 부근에도 안전방망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2012년 건설현장 떨어짐 사망 사고의 56%(766명)가 3∼5m 높이에서 발생했다.

박종국 건설노조 산업안전담당 정책국장은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최초에 공사가 10명 작업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하도급이 내려오다 보면 최종 현장 작업자는 6명 정도로 축소되기 일쑤다. 그런데도 공사기간은 똑같이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휴일도 없고 법정 노동 시간도 제대로 안 지켜지는 등 건설현장의 노동강도와 피로누적이 상당하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 환경을 바로 잡아야만 사고를 줄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웅ㆍ김진원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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