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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란 기자의 중국은 왜] 자식의 죽음과 보이스피싱
[헤럴드경제=정태란 기자]“유혈 시위로 자녀분이 사망했습니다. 이곳에서 시신을 수습하려고 하니 장례 비용을 보내주세요.”

필자가 중국 유학 시절 들은 가장 잔인한 보이스피싱이다. 당시 중국 칭화대학(凊華大學) 법학과에 재학 중이던 한 유학생의 목격담이다. 그는 지난 2009년 7월 초 한 무리의 법학도와 함께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로 법원 실습을 떠났다. 그리고 그들은 7월 5일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위구르인들의 유혈 시위를 목격했다. 중국 언론에 보도된 사망자만 140명, 부상자는 800여 명이 넘었다.

[2009년 7월 8일 당시 중국 군 헬기가 우루무치 상공을 날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법원 건물로 피신한 학생들은 건물의 불을 끄고 꽁꽁 숨어 지냈다. 중국 당국은 시위 규모가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명목 하에 우루무치 시내의 일부 통신 수단을 차단했다. 전화는 먹통이었지만 간혹 문자는 보내지기도 했다. 이들의 가족들은 연락을 기다리며 애를 태웠다.

연락이 차단된 사이 농촌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유혈 사태로 아이가 죽었으니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비용을 보내달라”는 전화였다. 학교와 이름, 실습간 장소까지 정확히 파악한 누군가의 사기였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학부모는 학교 측에 전화해 사실 여부를 물었고, 학교 측과 우루무치 법원의 빠른 대응으로 다행히 아이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확인했다.

학생들은 예정된 일정보다 빨리, 그리고 전원 무사히 돌아왔다.

tair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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