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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최정호]2015년 대한민국의 ‘공포정치’
반대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몰아낸다. 본보기로 단두대에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30만명을 채포하고 1만5000명을 기요틴으로 처단하니 한동안 사회는 조용했다. 하지만 1년 후 정권은 바뀌고 만다. 역사책이 기억하는 1793년 프랑스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 역사를 ‘공포정치(La Terreur)’라 배우고 있다.

공포정치는 우리 역사에서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조선 건국 직후 옛 고려 세력의 처단, 수 차례에 거친 사화들, 일제의 한반도 통치 정책, 중국의 티베트와 신장위그루 지역 무력통치, 그리고 고모부도 처형한 이북 땅 30세 지도자까지 공포정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치수단으로 애용되곤 한다.

그리고 2015년 대한민국, 자유 시장경제가 고도로 발전하고, 국민주권 민주주의가 아시아 최고 수준, 세계적으로도 손 꼽을 정도로 경제가 발달했지만, 한 쪽에서는 여전히 ‘공포정치’가 펼쳐지고 있다. 바로 최첨단 ICT 세상이다.

손님에게 조금 더 싸게 팔면 법 위반이라며 과징금을 매긴다. 그래도 합법같은 불법이 계속되자 이제 1000만원의 포상금을 걸고 파파라치까지 양성하고 있다. 단통법이다.

드디어 국회가 나섰다. 국민의 표 한장이 아쉬운 국회의원들인 만큼, 표를 가진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처방전이 이상하다. 단통법이라는 ‘공포정치’를 없애기 위해 더 심한 ‘공포’ 장치를 해야 한단다. 분리공시도 하고, 데이터 음성이 혼합된 월정액 요금제가 보편화 되며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기본료’를 강제적으로 폐지하자고 한다.

단통법이 ‘공포스럽게’ 느껴진 이유는 고객에게 주는 ‘할인’을 못 주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인들은 팔아야 하니 몰래 뒷돈을 챙겨줬고, 이게 불법이라며 단속을 강화하니, 그 공포는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해답은 가까운데 있다.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강조한 ‘지하경제 양성화’다. 할인 리베이트에 ‘불법’ 딱지를 붙이지 않으면 된다. 싸게 파는걸 뭐하라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싸게 파는 것을 막는게 아니라 ‘비싼 것을 싼 것처럼’ 속여 파는 행위를 막으면 된다.

싸게 파는게 스마트폰 단말기이건, 통신 서비스 요금이건 상관은 없다. 그건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하면 될 문제다. 꼭 서비스는 제값을 챙겨줘야 하고, 덧붙여 파는 단말기 표시 가격을 내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고, 또 두개 모두 표시가격은 비싸도 실질 구매 가격은 할인을 통해 비싸지 않게 느껴진다면 이 또한 정답일 것이다. 판매자, 소비자의 이해 관계가 답을 정할 뿐이다.

정부가 할 일은 이 가운데 ‘사기’가 끼어드는지 감시만 하면 된다.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도 여러가지 단통법 개정안을 놓고 열리는 4월 미방위 국회가, ‘공포’를 없애기 위해 더 한 ‘공포’를 끌어드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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