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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푸드] 눈ㆍ바람 견뎌낸 황태, 봄날 ‘속풀이 대왕’으로 돌아왔다
[헤럴드경제=손미정ㆍ이정환 기자]“무슨 술을 그렇게 먹고 다니니?”

어머니는 야단치지는 않았다. 다만 조용하게 이렇게 자식을 걱정했다. 숙취의 아침. 그것은 더 민망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조용히 밥상을 내밀었다. “속이 풀릴거야. 황태해장국이야.” 가슴이 먹먹해지고, 약간 눈시울이 붉어진다.

술 좀 먹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었을 법한 이 풍경. 황태가 준 추억이란 이름의 선물이다.

황태는 이렇듯 일단 속풀이 왕(王)으로 통한다. 겨우내 눈과 모진 바람을 먹고 황태로 성장해서일까. 뭔가 속이 꽉찼고, 튼실하다. 겨울을 이겨낸 황태는 봄날에 이렇듯 최고의 보양식품으로 돌아오곤 한다.

황태는 버릴 것이 없다. 무쳐서 먹어도, 국을 내서 먹어도, 찜을 해먹어도 좋다. 담백함과 감칠맛이 도는 황태 하나면 밥 몇그릇이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

황태의 존재는 때론 과거 어느 순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초장 양념에 도라지, 오이와 함께 무쳐낸 황태무침은 엄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고 은근하게 끍여낸 황태국을 이야기하려치면 괜시리 소주 한 잔이 더 생각난다. 어쩌면 황태는 우리의 밥상과 가장 가깝고 친숙한 건어물 중 하나가 아닐까.

황태에는 겨울과 봄이 깃들어있다. 추운 겨울, 매서운 바람 속에 얼고 따뜻한 낮에 녹으며 겨우내를 지난 황태는 따뜻한 봄에 제 맛을 낸다. 찬 바람 속에서 겨우내를 지낸 황태는 노르스름한 빛을 띠며 몸체가 타원형으로 통통하다. 꾸덕한 겉과 달리 속은 보슬보슬하다. 이처럼 잘 말린 황태는 추위와 바람이 공존하는 최적의 환경과 말리는 이의 정성이 들어야만 비로소 탄생한다. 황태를 말리는 곳은 ‘덕장’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황태덕장은 대관령 일대와 진부령, 그리고 고성군 등이다. 수백만 마리의 황태가 층층이 널려 겨울 바람이 얼다 녹다 반복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봄 바람을 가득 머금은 황태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갓 말린 맛난 황태를 먹기에는 지금이 더 없는 적기다. 맛만 좋으랴. 일상의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우리 몸에 쌓인 독소를 해소하는 데도 황태만한 것이 없다. 누군가는 그래서 황태를 ‘해독(解毒)’의 식품이라 했다. 달여서 약으로도 먹었다는 황태에 대해 인산 김일훈 선생은 ‘신이 따라올 수 없는 특효약’이라 했을 정도. 자연이 품고 정성이 만들어낸 황태의 맛과 효능에 대해서 알아봤다.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서 지난 겨우내 ‘인내’라는 눈과 추위와 바람을 먹고 있는 황태덕장. [헤럴드경제DB]

▶몸을 정화(淨化)시켜주는 황태

명태는 그 말리는 방법에 따라 동태와 황태, 북어로 나뉜다. 명태는 구하기 쉬워 우리 민족의 밥상에 늘 함께해온 생선으로 구이나 조림, 국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조리되는 대표적인 서민의 식품이다. 황태는 그 중 얼렸다 말렸다를 반복한 명태의 가공식품이다. 갓 잡은 것은 명태 혹은 생태,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한 달 정도 건조한 것은 북어라고 부른다. 명태는 단백질을 주성분으로 칼슘이 풍부한 식품 중 하나다. 이 같은 명태의 단백질 함량은 말리면서 더욱 늘어나는데 말린 명태의 담백질 함량은 전체의 55%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명태에는 다량의 비타민 A가 함유돼 있어 눈에 좋은 식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명태(明太)라는 이름에는 눈을 밝게 한다는 뜻이 숨겨져 있다.

명태는 열이 많이 나는 질환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성질이 따뜻해 손발이 찬 사람에게도 좋으며, 무엇보다 그 해독작용이 탁월해 명태를 포함한 황태, 북어 역시 대표적인 해장용 식품으로 꼽힌다. 또 명태에 들어있는 리신은 인체의 세포를 발육시키는데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으로 건강을 위해서 평소에 자주 섭취하면 좋고, 뇌의 활동을 돕는 트립토판도 함유돼 있어 어린이나 노인들의 뇌 활동에도 좋은 식품이다.

생태로 먹으면 감기 기운에 좋다. 열이 나고 기침이 나는 경우 생강, 고축가루를 끓인 국물에 생태를 넣어 생태탕을 만들어 먹으면 기침이 해소된다. 동태 역시 기관지와 관련된 질환에 도움을 주며 혈액순환에도 탁월하다. 이외에도 명태의 부위를 염장해 발효하면 젓갈이 되는데, 아가미 젓, 창란젓, 명란젓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이중 명란젓은 비위를 강하게 하고 소화기능을 도와준다.

명태를 가공한 여러 식품 중에서도 포슬하게 부풀러 올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황태는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영양식으로 명태를 말린 것 중에 가장 고급으로 친다. 명태를 황태와 북어로 만드는 과정에서 잘 가공되지 못한 명태들에도 이름이 붙어있는데 건조시킬 때 날씨가 너무 추워서 색깔이 하얗게 된 것을 백태, 날씨가 따뜻해서 색깔이 검게 된 것을 먹태 또는 찐태, 흠집이 생기거나 일부가 잘려 나간 것을 파태, 몸통만을 걸어 건조시킨 것을 무두태, 내장이 제거되지 않고 건조된 것을 통태, 건조 중 바람에 의해 땅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낙태라 한다.

음주 후에 무릇 북어, 황태국이 생각이 나듯 명태를 말린 황태는 간 해독에 탁월하다. 황태에 들어있는 메타오닌 때문이다. 메타오닌은 간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성분으로 알코올을 분해하고 간의 독소를 해독하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음주 후의 해장 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피로 때문에 고생하는 현대인에게는 더 없이 안성맞춤인 식품이다. 또 리신과 트립토판과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포함돼 있고, 심혈관계와 관련된 질병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몸에 활성화 산소의 생성을 막는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혈중콜레스테롤 상승에 대한 걱정없이 먹을 수 있다. 흔히 황태를 활용한 대표적인 음식인 황태국은 특히 일산화탄소 중독을 푸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이로, 국으로, 찜으로… 황태의 변신

명태를 말리면 성분의 반 이상이 단백질로 채워진다. 지방이 거의 없이 단백질이 가득한 황태는 다이어트에도 손색없는 식품으로 꼽힌다. 비만환자나 노인들도 콜레스테롤, 체중 증가 등에 대한 고민없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인 셈이다. 포슬한 살 덕분에 쉽게 포만감이 오기 때문에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한 간식으로도 좋다.

잘 마린 황태포를 찢어서 그냥 먹어도 맛과 영양에 더해 살찔걱정까지 덜어낸 건강식이 된다. 여기에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해 황태와 각종 채소의 영양소를 함께 섭취하면 더욱 좋다. 황태의 속살을 찢어서 햇볕에 말린 황태채를 잘 우린 국물에 미나리 등 각종 야채와 함께 끓여내면 해장에 더 없이 좋은 황태해장국이 된다. 황태의 배를 갈라 뼈를 발라내 말린 황태포는 두들겨내 간단한 양념을 발라 구워 황태구이로 먹을 수 있고, 쪄내면 부드러움이 더욱 살아있는 황태찜이 된다. 간장으로 맛을 낸 황태불고기도 맛이 좋다. 새콤한 양념에 도라지와 양파,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리면 황태 무침이 되고 뜨거운 팬에 채를 볶아 양념을 하면 밑반찬으로 손색없는 황태볶음이 된다.

간 해독성분 때문에 음주 시에 안주로 먹어도 좋다. 특히나 노가리와 북어는 그 중에서도 맥주 안주로 순위권을 다투는 인기 메뉴. 가격이 비싸지 않아 오래전부터 넉넉치않은 샐러리맨들의 마음을 달래줬던 음식들이다. 작은 명태를 말린 노가리와 큰 명태를 말린 북어는 스트레스 해소에도 제격이다. 훌륭한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고, 동시에 술독을 풀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

생맥주집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는 것 중의 하나는 노가리와 북어다. 작은 명태를 말린 것이 노가리며 큰 명태를 말린 것은 북어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가리나 북어는 가장 씹기에 만만한 안주다. 술도 마시고 술독도 풀어주니 이보다 좋은 안주는 없다. 더군다나 가격도 저렴하여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을 때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서민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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