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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의 해법 ‘정치개혁’…노무현 벤치마킹? 야당에 반격?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두고 정치개혁을 언급했다. 지난 15일 세월호 1주기 현안 점검회의에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현 정부 실세 대상 금품 살포 의혹이 거센 데 대해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12년 전인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여야 모두 16대 대선자금 내역을 밝히자며 정치개혁을 주장한 것과 묘하게 닮았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정치개혁 의지를 두고 친박(親朴ㆍ친 박근혜계) 실세가 모두 엮인 성완종발(發) 핵폭탄의 종착점을 야권에도 분산시키려는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불행한 정치역사가 반복되는 가운데 파문은 현재 진행형이고,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예측 불가다. 

박 대통령의 정치개혁 언급은 다소 쌩뚱맞은 자리에서 나왔다. 세월호 관련 현안을 점검하는 자리였지만, 이번 파문이 확산일로여서 여론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걸로 분석된다. 지난 12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과 달리 육성으론 처음으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파문이 불거진지 닷새만이다.

그는 성 전 회장이라든가 이완구 국무총리 등 리스트 관련자들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고 ‘새로운 의혹’이라고 했다. 측근이 연루된 문제이지만, 유감 표명은 없었다. 자원개발 비리 등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재천명했고, 정치개혁을 세 차례 거론했다.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에선 박 대통령이 최측근이라도 비리가 드러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식 ‘정치개혁’ 주문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특별기자회견과 오버랩된다. 노 전 대통령도 회견에서 ‘정치개혁’을 세 차례 언급했다. 당시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굿모닝시티로부터 16대 대선때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밝혀 정치공방이 치열해지자 진행한 기자회견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야 모두에 대선자금 공개를 제안하고 그 범위와 수사 주체 등을 정하자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당시 “이번 정치자금 논란이 오히려 하늘이 준 기회”라며 “이 기회를 빌어서 투명한 정치, 깨끗한 정치로 나아가는 전기로 만듭시다”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에 여야 모두를 대상으로 한 정치개혁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진단ㆍ처방을 내린 걸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한 번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파문의 중심엔 그의 최측근이 서있지만, 성완종 전 회장이 ‘마당발’ 인맥을 갖고 있었던 만큼 여야 막론하고 수사를 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걸로 해석된다. 이는 여당 측에서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 때 두 차례나 사면을 받았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 때의 비리가 있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이 있다. 박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12년 전 구사했던 정공법의 결과는 어땠을까. 그가 제안한 여야 대선자금 공개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검찰은 이듬해 5월, SK그룹 비자금 수사로 시작된 불법대선자금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노무현 캠프 120억원, 한나라당 823억원 등 불법정치자금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모그룹에서 100억여원의 불법정치자금을 트럭으로 받은 게 드러나 ‘차떼기’당으로 불린 계기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 올라 천막당사에서 생활하며 ‘차떼기당’의 오명을 씻기도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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