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권혁 채널] 발톱을 세운 독수리로 돌아온 특급 불펜 권혁

[ 헤럴드 순스포츠=김송희기자 ] 흔히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고 말하는 좌완 파이어볼러. 올 시즌 한화 이글스는 지옥이 아닌, 삼성 라이온즈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파이어볼러를 데려왔다. 바로 권혁이다. 권혁은 지난 스토브리그 당시 계약기간 4년, 총액 32억원에 한화와 FA 계약을 완료했다. 이로써 권혁은 2002년부터 13년간 몸담았던 삼성을 떠나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했던 권혁은 중학교 2학년 때 잠시 야구공을 내려놓았다. 이후 경상공고로 진학했고, 당시 포철공고 야구부 감독의 눈에 띄어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출발은 남들에 비해 늦었지만 특출난 재능을 뽐내며 2002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 1억 5000만원, 연봉 2000만원의 조건으로 프로에 입단했다.

192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빠른 공은 매우 위력적이었지만, 제구력 난조는 공의 위력을 반감시켰다. 권혁은 데뷔 초반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끝내고 돌아온 권혁은 삼성의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2007시즌 60경기에서 77과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 1패, 평균자책점 2.79, 19홀드(3위), 100탈삼진(11위)를 기록, 권오준과 함께 ‘쌍권총’이라 불리며 필승 계투진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2007시즌 이후 6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8년 권혁은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엔트리에 올리며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첫 금메달에 일조했다. 그 해 47과⅔이닝을 소화하며 6승 15홀드를 기록한 권혁은 기세를 몰아 2009년 63경기 81이닝을 소화하며 5승 7패, 2.8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 21개의 홀드로 이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인 2010시즌에도 60경기 8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09, 7승 1패, 10홀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권오준과 오승환의 부상으로 점차 등판 횟수가 많아진 권혁은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강점이던 빠른 공의 구속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권혁은 2011시즌 개막전을 2군에서 지켜봐야 했다. 시즌 중 1군으로 올라왔지만, 소화 이닝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특히 제구력에 난조를 보이며 타자와의 볼카운트 승부를 유리하게 가져가지 못했다. 시즌 방어율은 1.79로 좋았으나, 과거 권혁의 명성을 되찾은 활약이라기 보다는 안지만과 오승환이 뒷받침을 해준 덕이었다.

권혁은 2012-2013시즌 평균자책점이 3점대에 그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3시즌은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고, 11월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권혁은 꽤나 성공적인 복귀를 했다. 하지만 리그 최강으로 손꼽히는 삼성의 불펜진에서 많은 등판 기회를 잡기란 어려웠다. 등판 간격은 점점 멀어졌고, 소화하는 이닝도 짧아졌다. 차우찬이 좌완 불펜을 도맡으면서 권혁의 입지는 갈수록 축소됐다.
 
결국 권혁은 12년 동안 통산 512경기 37승 24패 11세이브 113홀드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했던 정든 삼성을 떠난 뒤, 한화와 4년간 총액 32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고액 FA가 즐비한 시장 상황에서, 돈을 쫓기보다 기회를 보장받기 위한 이적을 택했다. 한화의 좌완 갈증을 풀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선택이었다.

한화로 이적한 권혁은 경기 출장에 대한 목마름을 완전히 해갈했다. 올 시즌 한화의 10경기 중 무려 8경기에 등판했다. 혹사 논란이 불거질 만큼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있다. 하지만 권혁은 오히려 이런 긴장감을 즐기고 있다. 추격조나 원포인트로 활용되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필승조가 되어 짜릿한 승부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권혁은 야구 인생의 2막을 시작했다. 권혁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화 불펜진의 상황이 그에게는 갈수록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권혁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매 경기 나갈 각오가 되어있다. 어떤 상황이든 감독님께서 하시는 대로 마운드에서 충실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기회를 찾아 새로운 둥지에 안착한 권혁이 다시 ‘권총’다운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한화 이글스>
 
kms@soonsports.co.kr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