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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게철은 다시 돌아왔는데…기름때문에 어획량 급감…1년새 1억9천만원 빚더미에
꽃게잡이 선주 김용수 씨 하소연
진도 팽목항에서 1.3㎞ 떨어진 대표 어항 서망항. 이곳에서 대형 꽃게잡이 배를 운영하고 있는 선주 김용수(59) 씨는 지난 1년간 빚이 1억9000만 원 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꽃게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재작년에는 하루 나가면 1000㎏씩 꽃게가 잡혔는데 사고 이후 600㎏으로 줄었다”며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과, 배 안에 있던 차에서 나온 기름으로 꽃게가 다 죽은 것 같다”고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생업을 접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도왔던 진도 어민들과 인근지역 어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망항과 창유항 등 인근 지역에서는 실종자 수색을 위해 쏜 조명탄 잔해물로 조업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자연히 생계가 어려운 지경이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서망항에서 23톤급 꽃게잡이배 2009천수호 선주 김용수(59)씨가 텅빈 꽃게잡이 통발을 가리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대책을 하소연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11일~12일 찾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창유항 인근의 톳 양식장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양식장에는 톳 수확용 작업선 동성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유압식 집게발은 사람의 손을 한참이나 타지 않았는지 누렇게 녹슬어 있었다. 군데군데 움푹 패이고 깨진 스티로폼 부표만이 이곳이 톳 양식장임을 알려줬다.

이곳에서 톳 양식을 하는 정동천(54) 씨는 “세월호에서 기름이 밀려나온다고 해서 5월 초에 서둘러 걷어버렸다”며 울먹였다. 톳은 통상적으로 5~6월에 가장 빨리 성장한다. 어민들은 성장한 톳을 6월에 수확해야 하지만 올해는 너무 빨리 걷었다. 정 씨는 “톳 한 떼(톳 양식용 줄 100m)에 68만 원 받을 것을 지금은 50만 원만 받고 팔고 있다”며 “원래 말린 톳, 종자 톳 등을 다 합쳐서 200억 가량 버는게 보통인데 최근 여기 사람들 모두 합쳐서 30억 정도는 손해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진도 일대에서 잡힌 꽃게가 모두 모이는 서망항도 사정은 마찬가지. 1㎏당 3만5000원 가량 하던 꽃게는 최근 2만원까지 떨어졌다. 수색 과정에서 쏘아올린 조명탄 속의 납 성분 때문에 꽃게가 다 죽어나간 탓이다. 인근 섬과 비교해도 만원 가량 싸다. 때문에 이 지역 선주들 대부분이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용수 씨는 “10년 전부터 배를 운영해왔는데 이런 경기는 처음”이라며 “선원 14명의 월급이 감당이 안된다”고 말했다.

진도 인근 지역의 어민들은 “사고 직후 한 달 사이 1만 발이 넘게 쏘아올린 조명탄과 수거되지 않은 잔해 때문에 진도 바다가 폐허가 됐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정부의 배ㆍ보상 정책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순배(52) 조도비상대책위원회장은 “정부에서 피해를 제대로 조사한 적도 없고, 어민들에게 증빙 자료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1차생산자인 어민들은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전수조사도 없이 무슨 수로 몇년 간의 소득을 증명하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배ㆍ보상 계획에 현장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해양수산부는 뒤늦게 지난 8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사무소에서 ‘세월호 유류오염손해 및 어업인 손실 배ㆍ보상금 지급 신청절차’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기본 골격은 법적인 테두리에서 만들어졌고, 현장에서 다른 의견이 나오면 재검토 하겠다”며 “정부도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고있는만큼 모른척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진도=서지혜ㆍ김진원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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