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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교 1등했던 딸…빈방엔 멈춰버린 2014 일정표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딸 못찾은 이금희·조남성씨의 삶
“제발 우리딸 좀 찾아주세요…”…직장그만두고 서명받으러 동분서주
멍하니 지켜보던 정부엔 원망뿐…일부 손가락질 할땐 되레 죄책감


엄마, 아빠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에 멈춰 있었다. 15일 만난 안산 단원고 학생 조은화(18)양의 엄마 이금희(45ㆍ여)씨와 아빠 조남성(51)씨는 인터뷰 내내 계속 울었다.

1년 전 가족은 엄마, 아빠, 오빠(대학생), 조은화양 네 식구였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집을 나섰던 딸은 365일째 40m 아래 차가운 바닷물 속에 갇혀 여지껏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빠는 안산의 금형업체에서 30년간 개근하다 딸을 잃어버린 날 일을 그만뒀다. 4월 17일 진도로 내려갔다가 수색 종료 때 집으로 올라온 오빠는 아직도 복학을 못하고 방에 틀어박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엄마는 세월호를 인양해달라는 서명지를 들고 눈이 퉁퉁 불은 채 국회의원들에게 허리를 굽히며 서명을 받으러 다닌다. 그런데도 이 가족들에게 돌아오는 건 뭇사람들의 손가락질이었다. 마치 죄를 지은 것 같았다.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에요. 내 자식을 못 찾았는데 왜 내가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내 자식을 못 찾았는데 왜 내가 피켓을 들고 서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피켓 들고 서있으니까 어떤 사람이 지나가면서 막 욕을 해요”(이금희)

이씨는 딸의 빈 방에서 날짜 곳곳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2014년 일정표를 봤다. 그곳에 딸이 채우지 못한 부재(不在)의 날들이, 딸의 미래가 될 수도 있었던 평범한 하루하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작년 일정표에 시험 보는 날짜들이 다 체크돼 있어요. 1학기 기말고사, 2학기 중간고사, 2학기 기말고사. 근데 은화가 없어. 은화가 전교 1등도 했었어요. 그래서 학교로 전화가 온대요. 단원고 1등 죽은 거 맞냐고.”(이금희)

남겨진 엄마, 아빠는 딸을 집어삼킨 사고와 그 순간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던 정부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18살 애들이 얼마나 힘이 좋았겠어요. 나가라면 다 나가지. 자켓도 다 입었고. 물에 떠있으면 건지기만 하면 되잖아. 그런데 죽는 걸 방송으로 생중계했어요. 배 거꾸로 뒤집히고 죽어가는 걸 지켜만 본 거야. 3일을. 참사가 아니라 수장(水葬)시킨 거야.”(조남성)

“나 너무 아파요. 너무 힘들어. 하루에 2, 3개 일정을 뛰고 있고요. 지방을 다 돌고 있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딸이 이래요. 우리 딸이 이래요. 우리 딸 좀 찾아주세요’ 사정을 해야 돼요. 이 상태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나요.”(이금희)

사고 발생 1년이 지났지만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은 계속 2014년 4월 16일에 살고 있다. 바닷속 가족과 작별도 못한 이들이 주저앉아 1년이 넘도록 울고 있다.

이지웅ㆍ김진원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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