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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적취득 위장 결혼에 성추행까지…끊이지 않은 국제결혼 사기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월세와 생활비를 대줄테니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도움을 달라.”

남편과의 이혼 후 두 딸과 함께 모텔 등을 전전하던 금모(47ㆍ여) 씨가 파키스탄인 A(51) 씨에게 이런 ‘솔깃한’ 제의를 받은 것은 지난 1999년 1월. 당시 두 사람은 경기도 시흥의 한 포장지 생산공장에서 만난 직장 동료 사이였다. 처음 금 씨는 A 씨의 제안에 적잖이 망설였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곧 A 씨와 허위로 혼인 신고를 하게 됐다. 이후 A 씨가 국적을 취득한 후 금 씨와 A 씨는 합의 이혼을 했다.

그러던 지난해 A 씨는 다시금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다름아닌 금 씨의 두 딸과 자신의 아들, 조카를 혼인시키자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금 씨는 160여만원이나 되는 휴대전화 체납금과 불안정한 주거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A 씨의 제안을 승낙했다. 이 과정에서 금 씨의 딸은 성추행을 당했다. 약속했던 생활비와 집도 보장받지 못했다. 결국 금 씨는 뒤늦게 딸들의 앞날을 위해 위장결혼이라는 처벌까지 감내하며 경찰에 A 씨 등을 신고했다.

국적취득을 위한 국제결혼등 국제결혼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오피스텔 빌딩에 있는 국제결혼 알선 업체 사무실 모습이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적을 취득할 목적으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여성에게 접근해 위장결혼을 한 혐의(공전자불실기재)로 파키스탄인 귀화자 A 씨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금 씨 등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국내 장기 체류를 목적으로 한국인과 위장 결혼을 하거나 이를 주선하는 등 국제결혼을 둘러싼 범죄 행각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돈을 받고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 남성들을 유흥업소 여 종업원들과 위장 결혼시켜준 혐의로 기소된 김모(33ㆍ여) 씨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 씨는 2011년 4월부터 3년여간 20차례에 걸쳐 “한국 여성과 위장결혼해 국내에 계속 체류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동남아 남성 20명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국제결혼을 통해 귀화를 한 뒤 외국인 배우자가 도망을 가는 일도 있다.

지난 2013년 정모(31) 씨의 필리핀인 아내는 국적 취득 후 가출을 했다. 이후 한동안 잠적해 지내다가 돌연 정 씨 앞에 나타나 이혼을 요구했고, 정 씨가 거절하자 그를 가정폭행범으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제결혼 관련 소송도 해마다 1000여 건씩 벌어지고 있다. 국제결혼 만족도도 하락세다. 국제결혼 건수는 지난 2010년 2만6274명에서 2011년 2만2265명, 2012년 2만637명, 2013년 1만8307명 등 줄어드는 추세인데 반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국제결혼 상담 건수는 600건 이상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상담만으로 실제 피해를 봤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국제결혼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안재성 국제결혼 피해자 모임 대표는 “최근 법무부 등에서 법 개정을 통해 국적 취득을 위한 위장 결혼 등을 줄여나가려고 노력 중이지만, 고의로 무고한 한국인 배우자에게 폭행죄 등을 뒤집어 씌우는 경우도 적잖다”면서 “외려 법을 악용하는 이들을 제재할 방안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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