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팽목항은 지금, 절망의 상처에 새 살이…
가족과…사제와…희생자 추모 발길 이어져
다시 4월. 쓰라린 기억을 품에 안은 팽목항에도 봄은 또다시 찾아왔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은 여느 항구처럼 평온해 보였다.

4월16일. ‘그날’이후 한동안 밤낮으로 들리던 통곡소리는 잦아들었다. 그 자리는 조용히 방파제를 거닌 희생자 또래의 학생들, 같은 또래의 자식을 둔 부모들의 눈시울이 대신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목전에 둔 지난 11일에는 약 300명의 시민들이 팽목항을 찾았다.

이들은 화창한 봄날을 즐기는 여느 상춘객들과는 달랐다.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 생각하고 슬픔을 나누려는 이들에게서 절망의 땅이었던 팽목항에도 차츰 희망의기운이 샘솟는듯 했다.

가족들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김순자(53ㆍ여)씨는 “딸이 26살인데 세월호 참사 때 학생들을 구하려다 목숨 잃은 여교사랑 비슷한 나이”라며 “그 교사도, 학생들도 다 자식같아서 미안하단 생각 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가 말한 여교사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양보하면서 마지막까지 학생들의 탈출을 도운 故 전수영 선생님이다.

고교 2학년 박선아(18)양은 ‘고흥사제동행’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곳을 찾았다. 고흥지역 학교별로 학생 3명씩을 뽑았는데 경쟁이 치열해 200명이 몰렸다고 한다.

직접 만들었다는 노란 리본을 꺼내 보인 박양은 “ 비록 아는 친구들은 아니지만 희생당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매번 뉴스로만 봤는데 꼭 와보고 싶었어요. 잊지 말아야죠”라고 했다.

서울에서 동아리 친구들 10명과 함께 내려온 대학생 김경태(29) 씨는 “내가 희생자들의 삶을 대신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팽목항에 데리고 온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인천에서 중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온 김미란(52ㆍ여)씨는 “공부의 목적이 나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가 아니라 억울한 누군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란 걸 딸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울산에서 온 문필숙(42ㆍ여)씨는 기다림의 등대 앞에서 9살 아들에게 나직이 말하고 있었다. “부모님들 마음이 아직도 너무 아프겠지? 그 사람들 마음에 공감해주자. 같이 기도를 해주는거야”…

진도=배두헌ㆍ양영경 기자/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