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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망기업에 1兆 지원? ‘숫자놀이’에 불과한 서울시 ‘혁신방안’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시의 4번째 ‘혁신시리즈’인 서울산업진흥원(SBA)과 서울신용보증재단의 혁신 방안이 기존 사업에 지원 규모만 대폭 늘린 ‘숫자놀이’에 불과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이 정책 자금에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은 낮추지 않은 채 1조원대 장밋빛 투자만 예고하면서 공급자 위주의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서울산업진흥원(진흥원)과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신보)은 미래 유망기업에게 1조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진흥원과 서울신보가 각각 5000억원을 마련해 중소상공인의 창업을 돕고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서울신보는 또 저신용ㆍ저소득 소상공인 5만명에게 이자부담을 3분의 1로 완화하고, 진흥원은 ‘제2의 뽀로로’와 같은 스타콘텐츠 육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각각 10가지(진흥원), 9가지(서울신보) 분야를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혁신 방안을 살펴보면 기존 사업을 재탕하거나 자금 규모만 늘려 혁신으로 포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진흥원이 민간투자자와 협력해 2018년까지 혁신적 창업기업 1000개를 육성하겠다는 방안은 2009년부터 추진 중인 ‘챌린지 1000 프로젝트’와 유사하다. 진흥원은 챌린지 1000 프로젝트로 이미 1800여개 청년기업을 배출해냈다.

2018년까지 R&D(연구개발) 자금을 연 평균 75억원씩, 총 300억원 지원하겠다는 방안도 현재 계속되고 있는 사업이다. 진흥원은 올해 R&D 예산을 75억원이 아닌 178억원을 편성해놨다.

진흥원은 싱크홀(도로함몰) 탐지기 등 20개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사업에도 100억원(2018년)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지금도 매년 40억원 이상 지원되고 있다. 365일 상설화된 유통 만남의 장, 스타콘텐츠 육성 등도 주요 업무 계획에 나와있는 기존 사업이다.

서울신보가 내놓은 혁신 방안도 새로울 게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신보는 소기업ㆍ소상공인 4명 중 1명이 서울신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지원자격을 낮춘다거나 대출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적 약자의 이자부담을 줄여준다고 제시한 ‘햇살론’은 중앙 정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금융제도다.

사업실패자 1만명의 재기를 돕고 창업자의 생존율을 2배 이상 늘리는 방안은 현행 ‘다시서기 회생지원시스템’에 숫자만 추가한데다 실질 경기와 동떨어진 청사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기반 종합지원 플랫폼 구축, 찾아가는 신용보증 확대 등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진흥원과 서울신보는 알맹이 없이 숫자만 나열된 혁신약정서를 시민대표 6명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도 가졌다. 진흥원과 서울신보의 혁신 방안 발표는 서울시 18개 산하기관 중 SH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의료원에 이어 4번째다.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혁신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방안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혁신 피로감’을 호소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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