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수많은 상상력과 이야기의 산물로 태어난 콘텐츠입니다. 수십초의 영상, 단 한 줄의 문구로 세상을 흔들고 소비자의 마음을 적시기 위해 전세계의 광고인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광고 톡톡’은 유명한 광고의 뒷이야기는 물론, 무심코 스쳐보냈던 광고들, 알려지지 않은 해외 광고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HOOC=서상범 기자]지난 2월 프랑스의 명품업체 ‘셀린느’가 공개한 2015 봄 광고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젊고 화려한 모델이 아닌 백발과 주름진 얼굴을 가진 한 여성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올해 80세의 미국 작가 조앤 디디온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에 명품브랜드하면 화려함이 익숙했던 해외 소비자들은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브랜드가 주는 무게를 느꼈다고 합니다. 2일 뒤 다른 프랑스 명품업체 ‘생로랑’도 할머니 모델을 기용한 광고를 선보입니다. 71세의 캐나다 포크록 가수 조니 미첼이 주인공이었는데요. 명품업체들의 할머니 모델 전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스타일리쉬한 가방으로 유명한 ‘케이트 스페이드’는 올해 93세의 디자이너 아이리스 아펠을 광고모델로 내세웠습니다.
‘로레알’ 역시 69세의 헬렌 미렌을 자사의 대표 얼굴로 등장시켰죠. 해외 명품업체들의 이른바 ‘할머니 모델’ 전쟁이 뜨겁습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명품업체들의 광고모델은 그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대변하죠. 아름답다라는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일반적으로 화려하고 젊은 모델들이 명품 업체들의 얼굴이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최근 바뀌고 있습니다. 바로 노인 세대의 커져가는 구매력이 흐름을 바꾼 원동력입니다. 컨설팅 업체 에이티커니(A.T. Kearney)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노인들은 2000년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군입니다. 60세 이상의 인구는 2010년 기준으로 6억명에 달하며 오는 2050년까지는 8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과거 자신을 위한 소비보다 절약과 아이들을 위한 소비에 힘쓰던 노인세대들이 자신을 위한 소비에 눈을 돌리며 이들은 가장 강력한 소비자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에이티커니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소비자들은 지난 2010년 8조 달러 이상의 소비를 했고, 오는 2020년에는 이들의 소비력이 15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각의 명품브랜드들이 구매력있는 노인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그들의 모델의 나이를 높이는 것도 당연하게 보입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보다는 상품의 질과 가치에 투자를 하는 세대이기 때문이죠. 로레알의 CEO 장 폴 아곤(Jean-Paul Agon)은 “고가화장품에 기꺼이 돈 쓸 준비가 된 노년층이 몰려오면서 업계에 ‘실버 쓰나미’라는 용어가 등장했다”며 “이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광고계에도 기품있는 주름과 백발을 지닌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