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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가연 진흙탕 계약분쟁 전모…왜? 어떻게?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국내 격투기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미녀 파이터’ 송가연(21)이 소속사 수박 E&M과 계약 분쟁에 돌입하며 관계자와 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예계에 흔한 계약분쟁의 양상을 쏙 빼닮은 이런 상황이 법정공방은 물론 이전투구의 폭로전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또한 송가연이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신인급 선수란 점에서 어떻게든 선수 생명은 살려야 한다는 보호론도 나오고 있다.

13일 현재 송가연 측과 소속사 수박 E&M의 입장은 확실히 드러났다. 수박 E&M이 송가연 측으로부터 지난 6일 받은 내용증명과 이에 대한 반박 내용을 모두 공개해서다. 송가연 측은 계약이 불공정하고 소속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으니 조건 없이 송가연을 계약에서 풀어달라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고, 수박 E&M은 이런 송가연 측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므로 이에 응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런 양상은 최근 연예계에서 잇따르고 있는 연예인-소속사간 계약분쟁을 연상케 한다. 가수 길건, 배우 클라라 등은 계약 무효 소송 등 법적 조치는 물론 최근 ‘진흙탕’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소속사와 맞불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해당 연예인과 소속사 임원들의 사생활과 같은 치부가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폭로 내용에 포함되는 등 부작용을 빚고 있다.

모 법무법인을 법정대리인으로 선임한 송가연 측은 6일 ‘전속 매니지먼트 계약 해지 의사표시’란 제목으로 수박 측에 발송한 내용증명에서 “10일까지 의견을 달라.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사실상 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수박 측도 13일 이 같은 내용증명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필요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순순히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어 결국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벌써 폭로전 양상…이미지 어쩌나=이미 사실 관계를 떠나 서로의 치부를 들추는 폭로전 1차전이 벌어졌다. 송가연 측은 수박 측이 계약 위반 행위를 했다며 명시한 5개 항목 중 “(2014년) 8월 17일 데뷔전(로드FC 대회) 잡혔는데도 8월10일 TV프로그램 ‘룸메이트’ 제주도 로케이션 촬영을 강제하고, 8월 16~17일 추가 촬영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수박 측은 이에 대해 “방송사 촬영일정에 따른 것이지 본사가 강요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한 뒤 “오히려 송가연 선수가 선수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19세 무렵부터 소속팀(팀원) 선수와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어오는 등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속 팀의 공식 훈련에 수십 차례 불참하는 등 운동선수로서 기본을 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수박 측의 주장은 일종의 사생활 폭로로 해석될 여지가 커 보인다. 자유로운 연애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미혼의 성인 여성 선수에게 과연 무엇이 ‘비정상적인 관계’인지 불명확하며, 소속팀 선수와 교제가 무조건 금지사항인지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이들 모두에 우호적인 격투기 업계 관계자들은 양측이 조속히 오해를 풀고 갈등을 봉합해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폭로 수위도 높아져 양쪽 모두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이 올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격투기 분야 계약 분쟁 왜?=연예계에서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의 계약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일상사다.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격투기 분야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 같다. 대부분의 계약 분쟁이 금전 문제, 특히 수익 배분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데 격투기 분야도 슬슬 돈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 격투기계에 가뭄에 콩나듯 계약분쟁이 있었던 때는 소위 돈이 돌지 않아 다툴 일도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은 대자본이 투입되며 시장 전체로는 분명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계 최대단체인 미 UFC와 규모 차이는 크다 해도 요즘 국내 격투기도 소속 선수들이 대회 출전뿐 아니라 광고 모델, 방송 출연 등으로 준연예인화 되고 있는 추세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송가연과 수박 측의 분쟁도 수익 배분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송가연 측 역시 작성한 내용증명에서 “본 계약에는 송가연이 수익의 20%만을 지급받도록 정하고 있다”며 “이는 과도하게 불공정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그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가연 측은 이외에도 해당 계약이 ‘상표권’과 ‘퍼블리시티권’에서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송가연의 인격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한 격투기 프로모션 관계자는 “선수는 자신 덕에 회사(매니지먼트사)가 이처럼 성공했다고 믿고, 반면 회사는 그 선수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투입했는지를 먼저 따진다”며 “이처럼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늘 분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표준 계약서로도 이런 분쟁을 막을 수는 없다”며 “더 세밀한 계약, 끈끈한 상호 신뢰 밖에 해결책이 없다”고 조언했다.

▶송가연, 계약해지 후 어디로 가나=만에 하나 양자간 협의가 잘 이뤄져 현 소속사에 잔류한다면 모를까, 서로 얼굴을 붉힌 채 제 갈 길을 가는 상황이 유력한 게 현실이다. 이럴 경우 송가연은 향후 어떤 행보를 걷게 될 것인가.

송가연은 현재 1승1패의 신인선수다. 국내 메이저단체인 로드FC에서만 뛴 프로전적이다. 이처럼 일천한 경력이지만 타고난 미모와 거침없는 언변이 방송 등에 노출되면서 소위 ‘벼락스타’가 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이번 계약 분쟁 후 어떻게 될 지는 안개 속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내 출전의 길이 가로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박 E&M이 대회사인 로드FC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로드FC는 주요 출전선수들을 대부분 수박 E&M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로드FC에서 뛰다 미 UFC로 진출한 선수들 역시 로드FC 대신 수박 E&M이 관리한다. 이 이야기를 송가연에게 대입시키면, 송가연이 수박 E&M과 척을 진다면, 다시는 로드FC에서 뛰지 못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재 국내에는 로드FC 외에도 탑FC 등 타단체가 있지만, 여성 대회를 고정적으로 여는 곳은 로드FC가 유일하다. 여성 선수 자체가 그 수가 턱없이 적어 타 단체에서 여성부 경기를 만들 수 있는 여건도 거의 없다. 미 UFC에 나서기에는 실력 격차가 워낙 커 언감생심이다. 결국 일본 등에 눈을 돌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로드FC가 ‘선수 죽이기’에 나서 막아설 경우 쉽지는 않다.

결국 양자가 모두 막심한 손해를 보는 형국이다. 어떻게든 양측이 화해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합리적으로 들린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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