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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뜰에 이어 ‘안심’까지…뿔난 주유소 사장들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정부가 가짜 석유를 잡겠다고 ‘안심주유소’라는 처방전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주유소 아르바이트비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누가 번거로운 품질검사를 수십만원씩 들여가며 하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8일 도입된 안심주유소는 석유관리원이 주유소 석유제품 품질을 관리하고 인증하는 제도다. 최근 5년간 가짜석유를 취급해 적발된 적이 없어야 ‘안심’ 마크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수급거래상황을 석유관리원에 전산으로 보고하고, 월 1회(내년부터 월3회) 정부의 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안심주유소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주유소 수익이 줄어들면서 가짜석유가 활개를 치자 새로 도입됐다. 실제로 지난해 가짜석유 신고건수는 전년대비 44% 늘어났다. 정부는 안심주유소를 올해 150곳, 2017년에는 4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안심’ 마크가 시장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안심주유소는 ‘석유품질보증 협약주유소’를 업그레이드해 도입한 것인데, 이 품질보증 참여율이 25%에 불과해 사실상 ‘실패한 제도’로 여겨져왔다.

이런 제도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다수다. 정부가 90% 이상의 검사비를 보조해줘도 여전히 주유소 사업자들이 연 60~70만원을 자비로 부담해야하는데, 그 반대급부로 얻게되는 ‘석유품질보증’ 마크를 손님들은 좀처럼 알아보지 못해서다.

그런데 정부는 제도의 문턱을 낮추기는 커녕, 진입장벽을 훨씬 높여놨다. 품질검사는 월 3회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검사비용도 3배로 늘어나게 된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수많은 주유소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이런 검사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 과연 몇곳이나 될까”라고 말했다. 번거로운 검사와 비용을 감수해야 얻을 수 있는 ‘안심’마크도 아직 인지도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또한 실행율이 10%남짓에 불과한 수급거래상황 전산보고에 가입해야하는 것도 또다른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전산보고시스템은 지난해 정부가 가짜석유를 잡겠다며 대대적으로 도입했지만, 주유소 운영자의 34.8%가 60대 이상 고령자이고 2700개 주유소는 컴퓨터가 없어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가입한 곳도 도로공사와 농협주유소들이 대부분”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비용과 절차 등 제반사정으로 ‘안심’마크를 얻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불안한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일선 주유소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서울 시내에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이미 한국석유공사 등에서 적격한 품질의 석유를 받고 있는데, 별도의 품질검사를 받지 못하면 다 불안하고 가짜라는 뜻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알뜰주유소에 환경품질등급 관리가 도입됐는데, 올해는 안심주유소까지 생겨 ‘이중규제’를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세금과 인력을 가짜석유 적발 인력에 쏟아부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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