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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아빠 연행되던 12일밤..아이들 방에는 꿈만 남았다
[헤럴드경제=서지혜ㆍ문재연 기자]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은호(가명)의 방에는 그토록 좋아했던 자전거가 사고 1년이 다된 지금까지 덩그러니 놓여있다. 

은호의 할머니는 아직 손주의 죽음을 모른다. 가족들은 할머니가 혹여 놀라실까봐 은호의 자전거를 방으로 옮겨 놓았다.

2학년3반(사고당시) 시연이의 방 벽의 한 켠에는 장난 섞인 친구들의 글귀가 빽빽히 적혀 있었다. 

시연이의 엄마는 친구들이 찾아와 손수 남긴 벽지의 글귀를 차마 지우지 못해 동생에게 대신 전세를 놓아줄 것을 부탁하고 이사를 갔다.

지난 12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416 세월호 참사기록전시회-아이들의 방’ 전시회 공간은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설명>4ㆍ16 가족협의회와 416기억저장소 등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인근의 현대아트빌라상가 3층 416 기억전시관에 ‘416 세월호 참사 기록전시회-아이들의 방’을 열었다. 이 전시회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의 생전 흔적이 남은 빈 방의 사진 54점이 전시돼 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기억저장소’ 등이 참사 1주기를 맞이해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인근에서 마련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기록물을 수집하는 작업에 참여중인 16명의 사진작가들이 찍은 희생 학생들의 빈방 사진 54 점을 볼 수 있었다.

“친절하고 아름다운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1반 문지성)”, “세상에서 나는 가족이 제일 좋아요. 엄마, 내가 평생 애인이 되어줄게(4반 강혁)”같은 아이들의 ‘목소리’도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담겨져 있었다.

권용찬(36) 416기억저장소 기록관리팀장은 지난해 4월 사고 발생 직후 지금 이 사태를 기록해야겠다는 결심에 ‘아이들의 방’을 기획했다. 

지난 해 5월부터 김익한 명지대 교수와 노순택 사진작가 등의 도움을 받아 작업에 착수했다. 권 팀장은 “현재 100여 명의 희생 학생 집을 방문해 기록을 담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실종자를 제외한 295명의 기록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4ㆍ16 가족협의회와 416기억저장소 등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인근의 현대아트빌라상가 3층 416 기억전시관에 ‘416 세월호 참사 기록전시회-아이들의 방’을 열었다. 이 전시회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의 생전 흔적이 남은 빈 방의 사진 54점이 전시돼 있다.

이 날 전시장을 찾은 3반 예진이의 엄마는 “내 딸 방이랑 애들 방이 궁금해서 와봤다”며 “지난번에도 왔는데 천장 조명이 설치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 다시 왔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전날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와 유가족, 시민ㆍ사회단체 등이 참사 1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추모 문화제 이후 청와대로 향하던 행사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사진설명>4ㆍ16 가족협의회와 416기억저장소 등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인근의 현대아트빌라상가 3층 416 기억전시관에 ‘416 세월호 참사 기록전시회-아이들의 방’을 열었다. 이 전시회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의 생전 흔적이 남은 빈 방의 사진 54점이 전시돼 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유가족 3명을 포함한 행진 참가자 20명이 집회ㆍ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 시내 3개 경찰서에 연행됐다. 

예진 엄마는 “어제 광화문에 있었는데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더 악이 받치고 더 버틸 수밖에 없지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전시장 조성이 쉽지는 않았다. 학부모들의 허락을 구하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선뜻 나서주지 않았지만 한분이 나서겠다고 하자 너도나도 수집을 허락했다.  

이미 세월호 피로도가 극에 달한 이웃 주민들은 ‘귀신 소리가 들리는 듯해 불쾌하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사진설명>4ㆍ16 가족협의회와 416기억저장소 등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인근의 현대아트빌라상가 3층 416 기억전시관에 ‘416 세월호 참사 기록전시회-아이들의 방’을 열었다. 이 전시회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의 생전 흔적이 남은 빈 방의 사진 54점이 전시돼 있다.

어렵게 준비한만큼 전시장 곳곳에는 ‘아이들 모두를 기억해야 한다’는 주최측의 배려로 가득했다. 전시관 중앙에는 유가족들이 덮었던 이불이 켜켜이 쌓여있었고, 천장에는 아이들의 영혼을 담은 조명이 달려있었다. 

등불 모양의 조명은 희생자 수에 맞춰 304 개를 설치하는 게 목표다. 권 팀장은 “천장의 조명에는 추후 아이들의 유품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 팀장은 시민단체와 함께 추후 1년여 간 이 방을 끝까지 지킬 계획이다. 
권 팀장은 “지금까지 약 90여 명의 학생들의 방 사진을 수집했다”며 “295명 학생의 방 전부를 수집하는 게 목표”라며 “사회가 아이들을 잊지 않도록, 우리가 이 아이들을 기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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