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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 주문에 성완종 수사 나선 검찰...잘 못해 특검가면 역풍 맞을 수도
[헤럴드경제]검찰이 12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사실상 수사하기로 결정하면서 또다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 정치권의 요청으로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가 된 데다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정치적 논란 요인을 떠안고 향후 정국을 뒤흔들 초대형 의혹 사건을 수사해야 하기 떄문이다.

최근 자원외교 비리 의혹의 ‘별건수사’ 논란 등으로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던 검찰은 성 전 회장의 금품 제공 의혹을 두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잠재적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정치권의 이례적인 신속 수사 주문 앞에 ‘메모 작성경위 확인’ 수준에 머물 수가 없게 됐다.

논란의 출발점이 된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는 이미 수렁에 빠진 상태다.

지난달 경남기업을 첫 타깃으로 잡아 자원개발 지원금인 성공불융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파헤칠 때만 해도 수사의 주도권은 검찰이 단단히 쥐고 있었다. 경남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에 연루된 광물자원공사와 석유공사 등 자원공기업 등으로 조준선을 옮기면서 나랏돈을 함부로 쓴 비리 대상자들을 차례로 처벌하겠다는 게 검찰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은 중대 고비와 맞닥뜨렸다. 성 전 회장은 지난 8일 자청한 기자회견과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문제삼았다.

성공불융자금을 빼돌린 정황이 뚜렷하지 않자 경남기업 내부 비리를 송두리째 파헤치는 식으로 진행됐다는 ‘별건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이 자신의 배임·횡령 혐의와 전 정권 인사들의 비리 단서를 맞바꾸려고 ‘딜’을 시도했다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도 논란을 키웠다.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검찰이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둬야지, 제 아내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 해봐도 또 없으니까 1조원 분식 이야기를 했다”며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랑 저의 배임 및 횡령 혐의를 ‘딜’하라고 하는데 내가 딜할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별건수사, 빅딜 의혹이 커지자 “성 전 회장 조사에 변호인이 3명이나 입회했는데 무슨 딜이냐”고 반박했지만 애초 염두에 둔 페이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핵심 피의자인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경남기업을 고리로 한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더 뻗어나가지 못할 형편이다.

오히려 현 정권 핵심 실세에 대한 금품 전달 정황을 담은 메모(‘성완종 리스트’)가 등장하면서 검찰로선 ‘역대급 게이트 사건’을 떠안은 모습이다.

검찰은 처음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었다. 성 전 회장의 장례절차가 끝나면 메모의 증거능력 등 여러 사정을 면밀히 검토해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남기업과 무관한 자원외교 의혹은 흔들림 없이 수사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필두로 여권에서부터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성완종 리스트가 여권 실세들을 겨누는 내용이지만 ‘선제적 수사 촉구’로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여권의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검찰로서는 기존 수사팀을 정비할 여유도 없이 ‘별건 수사’가 아니라고 부인했던 경남기업 수사와 관련해 정치권의 주문으로 막대한 파급력을 지닌 ‘별건 수사’를 시작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

현 정권 실세들이 등장하는 사건이어서 수사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야권에서부터 ‘특검론’에 불씨를 지필 공산도 크다. 심지어 여권 일각에서도 특검론이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 특검 수사가 현실화할 경우, 현 정부 들어 처음 제도화한 상설특검의 첫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결국 큰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 착수라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동시에 자신도 시험대에 세우게 됐다.

한편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사망 당일 행적을 꼼꼼하게 재추적하도록 경찰에 보강수사 지휘를 내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12일 “성 전 회장의 사망 당일 행적을 명확히 재조사하라는 검찰의 지휘가 내려와 보강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폐쇄회로(CC)TV 분석과 탐문 등을 통해 성 전 회장이 사망 당일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나와 북한산 형제봉 입구 북악매표소 인근 산속에서 목을 맬 때까지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파악할 예정이다. 사망 당일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 기자 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제삼의 인물과접촉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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