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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내일은 슈퍼리치! 스테인리스 패션물병으로 富일군 ‘기부천사’
⑩ 플라스틱병 대체할 물병개발‘ 에스웰’창업자 사라 카우스
회계사로 일하다 35세에 사업가 변신
유려한 디자인·다양한 색상 호평
구겐하임 미술관·스타벅스 주문쇄도
작년 수익 1300만달러 전년비 3배
수익의 10%는 깨끗한 물 캠페인 기부



[슈퍼리치섹션]미국에선 매년 500억개의 플라스틱 물병이 쓰레기 매립지로 향한다. 전 세계로 확대하면 한해 버려지는 플라스틱 병은 2000억 병에 달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플라스틱 병 쓰레기는 환경 문제에 있어 골칫덩어리가 된 지 오래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에 나선 여성 기업인이 있다. 바로 사라 카우스(Sarah Kaussㆍ40)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카우스는 2010년 스테인리스강 재질의 물병을 생산하는 회사 ‘에스웰(S′well)’을 세운 뒤 줄곧 자신의 임무를 ‘전 세계 플라스틱 병의 퇴출’이라고 말하며 사업에 힘쓰고 있다. 


▶디자인+보냉온 기능+친환경, 세 가지 모두 잡은 ‘패션 물병’=카우스가 물병을 만들면서 주안점을 둔 것 중 하나가 디자인이었다. 친환경을 내세운 생활용품은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와 있었고, 더군다나 개인 물병은 전혀 새로운 상품이 아니었다.

카우스는 옛 우유병에서 영감을 얻어 물병의 외관을 디자인하고, 색깔은 남녀 모두에게 무난한 푸른색(오션블루)을 채택해 첫 제품을 내놨다. 얼마 안 돼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발간하는 인기 월간지 ‘오프라 매거진’에서 에스웰 물병을 추천 상품목록에 올리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 대신 잡지사는 물병 색깔을 다양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카우스는 재빨리 움직여 다양한 색깔의 물병들을 생산해 선보였다. 무늬도 소용돌이부터 나무결, 가죽 등으로 다채롭게 바꿔놨다.

그 결과 에스웰이 현재 생산하는 물병은 총 96종에 달한다.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소비자들은 에스웰 물병을 액세서리처럼 하나의 패션 소품으로 소비한다. 다 마시면 쓰레기가 될 운명의 플라스틱 물병과는 다르게 평생 소장품이 된 것이다.

이중 단열처리를 해 24시간 보냉, 12시간 보온이 가능하다는 점도 에스웰 물병의 강점으로 꼽힌다. 가격은 용량에 따라 25달러부터 45달러까지 다양하다.

▶셀럽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오프라 매거진의 효과는 엄청났다. 곧바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기념품 가게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페이스북도 직원들과 손님들에게 준다며 한 번에 500개를 주문했다. 노스트롬, 네이먼 마르커스 등의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 제이크루 등에도 입점하면서 에스웰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졌다.

카우스는 지난 해 스타벅스 측으로부터 공급물량을 늘려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스타벅스는 처음엔 소량 구매했지만 바리스타들이 에스웰 물병을 강력히 추천하고 손님들도 이를 찾으면서 결국 매장에 물병을 더 들여놓게 됐다. 유기농 식품매장 ‘홀푸드’에서도 에스웰 물병을 찾을 수 있다.

2012년~2014년엔 지식강연회 ‘테드(TED) 컨퍼런스’의 공식 파트너사로 지정돼 그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다만 카우스는 대형 할인매장과 패스트푸드점엔 공급을 거절해왔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게 그 이유다.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와 가이 피어스 등도 영화 스태프들을 위해 물병을 대량 주문한 바 있다. 특히 피어스는 “나는 에스웰 물병을 좋아하고, 에스웰의 기업정신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덕분에 에스웰의 작년 수익은 전년보다 세 배 가량 늘어난 1300만 달러(약 141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분은 모두 카우스가 소유하고 있다. 


▶회계사 그만두고 CEO로 변신 성공=콜로라도대에서 회계를 공부한 카우스는 창업하기 전까지 회계법인과 부동산 개발회사 등 전통적인 산업군에서 10년간 일했다. 주변에서 물병 사업가로 성공을 거둔 그녀의 변신을 놀라워하는 이유다.

카우스는 국제 회계 컨설팅회사 언스트앤영에 몸담고 있을 당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고객들과 일을 하면서 자신이 회계보다 사업에 더 흥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창업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이후 버려지는 플라스틱 물병을 보며 재활용이 가능하고 고급스러운 물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카우스가 졸업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에스웰의 첫 번째 고객이 돼줬다. 하버드 측은 에스웰 물병을 사들여 경영대학원 신입생들에게 선물했다.

당차게 시작했지만 카우스도 처음엔 회계사를 관두고 물병을 판다고 남들에게 말하기가 매우 어색했다고 한다. 사업가였던 그녀의 할아버지도 죽기 전까지 빈병을 파는 손녀의 사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카우스는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아마 ‘병에 물을 채워서 팔아야 더 잘 팔리지’라고 말하셨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카우스는 누가 물어보면 “에스웰 창업했어요. 아세요?”라고 되묻는다. 종종 안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놀라워하면서 기쁨을 느낀다. 사람들이 몰라도 괜찮다. 그녀는 “재활용 가능한 물병이요”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할 만큼 자신감이 올랐다.

▶물병 하나로 세상 변화 꿈꿔=카우스는 에스웰의 수익 일부를 자선단체에 전달하며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주로 물과 관련된 자선단체가 그 대상이다.

에스웰 물병 판매 수익의 10%는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 ‘워터에이드(Wateraid)’에 전달되고 있다. 올 2월에도 유니세프와 협약을 체결하고,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캠페인에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처럼 카우스는 자신이 만드는 물병 하나로 전 세계를 보다 나은 자연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우러진 세상으로 만들고자 한다. 현재 미국, 유럽, 호주, 중동, 아시아 등 3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에스웰 물병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신까지 함께 팔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카우스는 많은 자선단체를 에스웰의 파트너로 둔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 

joze@ 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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