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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석유 잡으려다 영세 주유소만 과태료 폭탄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경북 A주유소 신모(53)씨는 석유관리원에 판매량 보고를 제때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미리 피치못한 개인사정을 알렸지만 석유관리원은 시간 및 인력부족으로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려보냈다.

충남 B주유소의 박모(70)씨는 주간 판매량을 팩스로 보고했지만, 석유관리원은 관리시스템의 문제로 수신되지 않았다면서 역시 과태료를 부과했다.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 주유소 판매량을 보고하는 거래상황기록부가 일부 선량한 주유소들에게 과태료 폭탄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관리원에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실적을 분석한 결과, 시행 8개월간 미보고로 적발된 주유소가 4712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균 보고대상 1만2378개의 38%에 달하는 수치다. 전국 주유소 3곳 중 평균 1곳 이상이 미신고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셈이다.

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매월 1회 보고하던 주유소 석유판매량을 매주 1회로 강화하면서 이를 어기면 1회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주유소들이 사업자의 고령화, 인력부족으로 이를 제때 보고하지 못하면서 과태료를 물고 있다. 시행 6개월만인 지난해 말까지 3550곳에 부과된 과태료는 17억7500억원에 이른다.

또한 앞선 사례처럼 사전에 사유를 통보했거나 정상적으로 보고하고도 관리시스템 미비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영세주유소는 반복적인 미보고로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1회 1355개, 2회 352개, 3회 164개, 4회 83개, 5회 이상도 235개나 됐다.

영세주유소의 경영난에 따른 가족경영 급증도 미보고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1인 또는 부부, 가족이 운영하는 생계형 주유소가 67%에 달하는 실정이다.

고령의 사업자가 전산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과태료 폭탄을 맞는 일도 잦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조사에서 50대 이상 사업자 비중은 75.6%, 60대 이상도 34.8%에 달했다. 정부는 보고업무 편의를 위해 전자 및 전산보고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주유소 업계는 고령 사업자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서면보고를 희망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시행 후 미보고 주유소가 92개에 불과하는 등 대도시는 100곳 미만이었지만 충남은 702곳에 달하는 등 지방으로 갈 수록 미보고 실태가 더욱 심각했다.

특히 주유소별 판매량 보고를 일주일 단위로 줄였지만 지난해 적발현황은 제도 시행 이전인 1~6월 141개에 비해 7~12월 63개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의 가짜석유 적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완주 의원은“불법거래업자를 적발하려는 제도가 선량한 주유소에 과태료 폭탄을 안긴다면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단순실수로 인한 무더기 과태료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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