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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진상환자정보’ 무단 수집…개인정보 무방비 노출
[헤럴드경제=서경원ㆍ문재연 기자]‘교수님, ○○○환자 접수받지 말아 주세요!!’

주요 병원들이 요주의 환자에 대한 특이사항을 기록하는 이른바 ‘진상환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 기록 내용을 보면 인신공격성 표현도 많아 인권 침해 논란이 있고 무엇보다 이런 내용들을 일반 아르바이트생들까지도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어 환자 개인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신상정보들까지 무방비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종합병원들은 ‘원내공유정보시스템’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의 모든 내원 기록을 통합 저장·관리하고 각 과에서 언제든지 이를 회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공유내용’ 난에는 각 과의 관계자들이 각 환자의 특징을 기재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요주의 환자의 경우엔 병원에서 어떤 행패를 부렸는지, 얼마나 진상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에 있는 한 대학 병원에서 갖고 있는 한 50대 여성의 공유정보를 보면 ‘진료병명을 바꿔달라며 전화로 난리침’, ‘이 환자 조심할 것’, ‘정형외과라고 했더니 혼자 욕하고 전화 끊음’, ‘어이없는 환자임 A++++++++++(주의정도를 반어적으로 표시한 것)’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다른 병원에서도 특정 환자에 대해 ‘왕진상 부림’, ‘개념이 없으심’, ‘와이프가 싸이코’ 등의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주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병원에선 요주의 환자로 사전 체크해 놓으면 신규 환자 등록시 경고 메시지가 뜨도록 하는 접수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또 진상 환자 출현시 아예 단체 모바일 채팅방을 통해 ‘경보령’을 내리는 곳도 있었다.

서울 한 병원의 암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25ㆍ여) 씨는 “프로그램에 컴플레인(불만항의)이 심하거나 요주의 환자에 대해선 표시를 해두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우리로선 그냥 피하는 방법밖엔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한 병원에서 4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B(30ㆍ여) 씨는 “이렇게라도 기록을 해놓지 않으면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 간호실습생 C(24) 양은 “원내공유를 통해 어떤 환자가 진상을 부렸고, 그 진상에 대한 백그라운드 지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며 “진상 중의 진상이라 불리는 환자들은 특별히 카톡방에서 전달 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간호학을 전공한 실습생들뿐 아니라 이와 무관한 일반 아르바이트생들도 병원 재직 동안엔 진상 환자 정보에 얼마든지 접촉이 가능한 상태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아무리 진상 환자라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엄격히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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