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상반기 기업공채 겹쳐 참사 1주기 대체로 차분…일부선 냉소적 반응까지
“세월호요? 내 미래가 세월혼데 무슨….”
지난 7일 서강대 로욜라 도서관 앞에서 만난 한 4학년 남학생은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에 대해 묻자 퉁명스럽게 자신의 앞날이 세월호 상황이라면서 서둘러 정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세월호 1주기를 맞는 대학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다. 곧 중간고사가 시작되고, 상반기 기업공채 준비로 여념이 없는 대학생들에겐 세월호를 추모할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연세대 4학년 A(26ㆍ토목공학) 씨는 “작년 4월엔 모두 공부 안하고 뉴스만 봤는데 지금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세월호 얘기가) 거의 안 나온다”며 “학교에서도 특별한 행사를 한다는 얘길 못 들었고, 대자보도 본 적이 없는데 다들 각자 살기 바빠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숙명여대 교내 게시판엔 세월호 시행령안을 반대하는 대자보 하나가 나붙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발길을 멈춰 눈길을 주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옆으로 만개한 벚꽃을 배경으로 단체 ‘셀카’를 찍는 학생들만 더러 보였다.
숙대 1학년 김모(19) 씨는 “작년엔 같은 고등학생으로서 많이 슬펐고 할 수 있는게 없어 안타까웠다”며 “하지만 대학에 와보니 세월호와는 무관하게 학교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3학년 이모(22) 씨는 “학교에선 신입생들도 들떠 있고 꽃도 피고 곧 있으면 중간고사라 (세월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서강대 3학년 임모(21) 씨는 “세월호 행동에 참여해봤자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학습효과가 있어서 더 추모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추모는 ‘사치’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중인 김모(24) 씨는 “마지막 학기이다보니 취직 준비하느라 내 코가 석자”라고 말했다.
같은 졸업반인 영어영문학과 유모(22) 씨도 “취업을 준비하다보면 관심을 갖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다”며 “그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1년이 지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대학들과 총학생회는 세월호 1주기와 관련한 행사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연대, 이대 등 몇몇 학교들만 교내 분향소를 설치하는 정도다.
이처럼 세월호에 냉담한 캠퍼스 분위기는 대학의 바뀐 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과거엔 학생운동이 사회의식 흐름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했는데, 요샌 학생들이 자기 문제를 중심으로 파편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사상최악의 취업난으로 졸업 후 상황이 워낙 여의치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현실문제에 적극 참여한다고 해서 사회가 변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식으로 자기합리화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냉소현상은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관측도 나왔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 이익과 연결시키는 상황 자체가 사람들을 냉소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어느덧 냉소가 21세기 한국사회의 신(新) 생존전략이 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서경원ㆍ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