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의 ‘밀당’

지난 7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기자들 앞에 섰다. 문재인 대표와 동교동계의 갈등으로 ‘중재자’ 박지원의 역할에 시선이 집중됐던 때다.

박 의원은 입을 열었다.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의 승리를 위해 협력하고 당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새정치연합의 볼썽사나운 집안 싸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박 의원은 ‘선당후사’를 언급하며 이런 호소도 했다. “동교동계는 이미 해체선언을 했다. 현역 의원도 나 하나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동교동계라는 용어가 나오니 굉장히 당혹스럽다. 동교동계라는 말은 없다.” 동교동계는 이미 해체돼 실체가 없는 조직인데 언론이 계파 색을 부추겼다는 뜻이다.

“이미 해체됐다”는 동교동계는 지난 일주일 간 새정치연합은 물론 재보궐 선거를 앞둔 야권 전체를 흔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당의 선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결의까지 하며 ‘호남 민심’이 아쉬운 당 지도부를 쥐락펴락했다. 동교동계의 결의는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의 탈당으로 야권 분열이 가시화 된 상황에서 당 내부 마저 사분오열하게 만들었다. ‘실체가 없다’는 조직이 살아있는 권력을 쥐고 흔들었다. 기반이 부족한 문 대표도 휘청거렸다.

진정성이 의심되는 이유는 또 있다.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권노갑 상임고문은 선거 지원을 약속하며 전제를 달았다. “지금까지 당을 운영하면서 (지분율) 주류 60%, 비주류 40%로 나누는 관행을 지켜왔다. 문 대표도 그 정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주류의 지분을 보장하라는 주문인데, 듣기에 따라선 호남 출신 인사들의 몫을 잘 챙겨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선당후사’의 의미에 부합하는 요구는 아니다.

당장 선거 승리가 급한 문 대표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휩쓸린 점도 아쉽지만 선거를 빌미로 그동안의 앙금을 보상받으려는 동교동계의 ‘밀당’도 국민들이 볼 때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박 의원은 이런 시각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당이 다 그런 측면이 있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다. (이것으로) 파열로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당에 몸담은 정치인은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도 같은 생각을 할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