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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사선’으로 내몰리는 맨발의 청춘들…......보험사기 10명중 8명은 20대 청년실업자
사상최악의 취업대란으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들이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불법 다단계 판매 등의 범죄 유혹에 내몰리고 있다.
‘청년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 시대, 오랜 구직활동에 따른 생활고에 지친 우리 젊은이들이 단 한번의 실수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전과자의 낙인이 찍히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로 올라온 A(27ㆍ여)씨.
구직 사이트에서 일을 구하던 중 ‘간단 업무 고수익 알바’라는 글을 보고 들어갔다 시키는대로 돈을 인출해 자신의 계좌로 입금하기만 하면 건당 1만5000원 수당을 주겠다는 꾐에 넘어갔다.
중국 현지 총책으로부터 퀵서비스를 통해 체크카드 90여개를 전달받아 1억6000여만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한 뒤 송금해 600만원을 챙겼다가 검거됐다.
A씨의 경우처럼 최근들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보험사기에도 무직 청년들이 대거 동원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2년부터 최근 3년간 차량사고건을 중심으로 사고보험금 지급 내역을 분석한 결과 316건의 사고에서 치료비 명목의 합의금 등 18억8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10개 보험사기 조직을 최근 적발했다.
그런데 10개 조직의 구성원 총 51명 중 86.2%(44명)가 20대 청년 실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청년들이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보험사기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취업 청년들은 불법 다단계 판매회사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불법 다단계 회사의 상위 판매원들은 이들에게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고리 대출을 받도록 강요해 자신들로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물품을 구입하도록 한다.
물품을 넘겨준 뒤에는 포장을 뜯도록 유도해 환불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키고 만다.
청년층의 다단계판매 피해와 관련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2012년 이후 544건에 이른다.
이승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청년 실업자들이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실태에 대해 “청년들이 자기가 공부한 만큼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까진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청년들이 그만큼 구직이 힘든 상황에서 그런 심리를 악용하는 사건들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청년 실업은 역대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이 11.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7월 이후 최고수준이다.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보다도 4.5%포인트나 높다.
최인이 충남대 교수(사회학)는 “대학생들이 너무 취업에 내몰려서 지금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까 그런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준법의식 약화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우리 사회의 준법의식의 부재 때문이고 교육을 받은 대학생들이 여기에 무지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제아무리 사정이 힘들더라도 범죄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서경원ㆍ이세진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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