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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난ㆍ무한경쟁 스트레스에 ‘욱’…5년새 조울증환자 48% 급증
[헤럴드경제=배두헌ㆍ장필수 기자] #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 인문대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A(30) 씨. A 씨는 졸업반이던 3년전 서류전형에서부터 낙방했고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무원 시험까지 치렀지만 역시 2년째 낙방했다.

부모님의 타박은 늘어만 갔고, A 씨는 두통과 복통이 잦아 병원을 찾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과도한 압박감에 감정기복까지 심해진 A 씨는 결국 정신과를 찾았고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자신이 조울증을 앓고 있던 것이다.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조울증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양극성 우울증이라 불리는 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보다도 더 위험한 정신질환으로 알려져있다.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조울증 진단을 받고 병원을 찾은 환자수가 2009년 5만1000여명에서 2012년 6만6200여명, 2014년에는 7만5600여명으로 5년새 48%가 증가했다.

특히 2014년 기준 20~30대 젊은 환자는 2만6400명으로 전체 환자 중 35%에 달했고, 40대는 남녀를 통틀어 모든 나이대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 짜증이나 분노가 자주 치미는 등 자신의 성격이 이상하다고 생각돼 병원을 찾았는데 조울증인 경우가 많다”면서 “단순히 본인의 감정과 행동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가 난다”며 욱해서 저지르는 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조울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김 교수는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분노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서 약 30~50%가 조울증 진단을 받을 정도”라며 “조울증이 욱하는 범죄와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청년들은 열정페이, 취업난 등에 시달리고 결혼조차 포기, 40대는 퇴직에 대한 우려 등 극심한 사회적 압박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면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황 속에 우리가 받는 모든 스트레스 요소들이 조울증 등 우울성 질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조증 상태가 되면 갑자기 돈을 많이 쓴다거나, 술을 과하게 하거나. 심하면 사람을 때릴 수도 있다”면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개인 또는 가족에게 해를 입힐 우려도 있기 때문에 빨리 발견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adhoney@heraldcorp.com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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