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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아 밀어내고, 떠넘기고…학교는 지금 ‘폭탄돌리기’ 中
[헤럴드경제=박혜림ㆍ양영경 기자] #. 지방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강진형(15ㆍ가명) 군. 최근 2년 가까이 다니던 학교를 떠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자친구 김예린(15ㆍ가명) 양이 학교 측에 “강 군이 나를 강제로 추행했다”고 밝히며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초 강 군과 김 양은 합의 하에 스킨십을 했지만, 강 군이 친구들에게 “김 양의 가슴을 만졌다”고 자랑한 게 문제였다. 

결국 수치심을 느낀 김 양은 강 군을 학교에 신고했고, 강 군은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다. 

<사진설명>6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으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4월이 되면 학교는 문제아들을 본격적으로 ‘밀어내고, 떠넘기길’ 시작한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신학기가 시작된지 한 달여가 지난 4월들어,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는 이른바 문제아 ‘밀어내기’(퇴학)와 ‘떠넘기기’(전학)가 한창이다.

해당 학교 측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공간 안에 둘 수 없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면학 분위기를 흐리기 때문에 이같은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6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등학교에서 자퇴를 통해 학업을 중단한 학생 중 ‘학교 부적응’ 사유 비율은 2011년 43.9%에서, 2013년 51.6%로 2년새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2013학년도 학업을 중단한 고교생 1만5672명 중 906명(5.8%)은 ‘학교 규칙 위반’, 354명(2.3%)은 ‘대인 관계’를 이유로 퇴출됐다.

통계 상 사유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기타’ 학생도 6320명(40.3%)이나 됐다.

이에 대해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학교에서 품행 등의 사유로 은근히 자퇴를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규칙 부적응 등의 문제를 학교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는 이같은 신학기 문제학생에 대한 전학과 퇴학 처분 등이 미봉책에 불과하단 지적이 적잖다.

문제아를 강제전학 시킨다고 해서 상황이 종료되는 것도 아니다.

학교측에서도 문제아를 전학 보낼 경우, 다른 학교에서 오는 강제 전학생들을 받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선 학교에서는 강제 전학을 ‘폭탄 돌리기’라고 부른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학교도 지난해 금품절도, 폭행, 왕따 주도 등의 문제를 일으킨 문제아 여러명을 다른 학교로 전학보낸 뒤, 이달 초 다른 지역 학생 한 명을 받기로 했다.

이 학교 교생 A(25) 씨는 “다들 쉬쉬하곤 있지만, 새로 올 전학생이 문제아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강제퇴학이 가능한 고등학교에서는 폭탄 돌리기보단 문제아 ‘밀어내기’(퇴학)가 더 빈번하다.

서울 중랑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B(당시 17세) 군은 교내서 절도 등을 벌이다 지난 2013년 퇴학 처분을 받고 학교를 그만뒀다.

학교 측은 처분에 앞서 B 군을 특별교육기관에 보내려 했지만, 기관에서도 지도가 어렵다고 거절해 결국 퇴학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B 군이 학교를 그만 둔 표면적인 사유는 ‘집안 사정’ 이다. 생활기록부에도 퇴학이 아닌 자퇴로 명시돼 있다.

B 군의 사례처럼 상당수 학교는 처분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퇴학을 당하겠느냐, 자퇴를 하겠느냐”고 의사를 묻는다. 이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자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작정 문제아들을 밀어내고, 떠넘기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학교 밖으로 내몰린 아이들의 경우 성매매와 조직 폭력 등 반사회적 범죄자의 길로 빠져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애들을 대상으로 위탁형 대안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역별로 공립 대안학교를 많이 만들어 보호ㆍ교육 지원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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