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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도 ‘부익부 빈익빈’…낙후주택가, 소방차 진입도 못해
안전도 ‘부익부 빈익빈’…
서민이용 식당 등 곳곳이 위험지대
영세 백반집 vs 이태원 고급식당 등…빈부격차 안전격차로까지 이어져


#.서울 금천구 3층짜리 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한 A 어린이집. 통틀어 화재시설이라곤 달랑 소화기 하나가 전부다. 비상대피로가 있는 방과 계단에는 이불, 상자 등 여러 집기들이 쌓여 있었고, 심지어 1층 출구도 막혀 있었다.

반면 한남동 주택가에 위치한 3층짜리 B 어린이집은 각층마다 소화전이 2개씩 설치돼 있고, 소화기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서너개씩 구비돼 있다. 비상대피로도 탈출시 혼선이 없도록 말끔히 정리돼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뿐 아니라 안전부문에서도 빈부격차 확대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생활수준의 차이에서 비롯된 안전격차는 위험인식에 대한 차이로도 이어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의 ‘2014 사회안전인식조사’에 따르면 화재 등에 대해 월평균 100만원 이하를 버는 국민들의 36.7%가 ‘불안하다’고 답변한 것에 비해 500~600만원 소득 수준은 30.9%만 이같이 답했다.

특히 식당, 주택, 어린이집 등 서민들이 이용하는 필수 생활시설에는 화재ㆍ사고 발생시 진화할 수 있는 장치나 예방 시설이 빈약해 ‘안전 양극화(兩極化)’를 해소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용산 보광동의 낙후된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의 경우 대형 화재 발생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곳이 많다.

소방차를 세워놓고 호스를 연결해도 닿지 않는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비상 소방시설도 전 구역 통틀어 너댓 개에 불과하다.

이 동네 주민 박모(46ㆍ여) 씨는 “골목이 좁아 소방차 진입이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길을 따라 세워진 차들 때문에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주로 찾은 영세음식점도 대형 안전사고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서울 용산구 영세상가에 위치한 ‘ㅇ’ 음식점은 낮에는 백반, 밤에는 고기를 파는 곳이다. 좁은 식당 내에 불판 테이블이 설치돼 있지만, 주변엔 소화기 대신 석유난로가 버젓이 있었다.

낡은 의자의 겉가죽도 가연성이 높은 폴리에스테르 소재였고, 위치적으로도 옆 식당과의 간격이 좁아 화재 발생시 대형사고로 번질 위험성이 높아 보였다.

이 식당을 20년간 운영해왔다는 사장 김모(53) 씨는 “불이 나도 물호스로 끄면 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하고 있다”며 “비싼 소방장비를 갖추라는 말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문 닫으란 소리”라고 말했다.

인근 ‘ㄱ’ 순대국밥 집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바깥에 쳐 놓은 비닐막은 불에 쉽게 녹는 재질이었고, 비닐막 옆에는 LPG(액화석유가스) 가스통이 위치해 있었다.

식당 중간 높이 위치한 환기팬은 불에 그을린 것처럼 까맣게 변색돼 있었고, 돌아가는 것도 힘이 없었다.

이 순대국밥집 주인은 “안전도 우리 입장에선 돈”이라고 말했다.

백동현 가천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영세 업자들에게 안전확보를 전제로 관련설비 확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경원ㆍ문재연ㆍ이세진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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