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장과 군수vs 이재명과 홍준표…누가 이길까?
[헤럴드경제(성남)=박정규 기자]2007년 제작된 영화 ‘이장과 군수’는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이장과 군수가 ‘격돌’하는 모습을 그린 ‘정치영화’다. 코믹하게 그려진 영화였지만 정치풍자적인 요소가 가득찼다. 지위만 놓고 영화 제목을 정한다면 군수와 이장이 맞을듯하다. 하지만 감독은 이장과 군수로 영화 제목을 정했다.

영화에서 방사선 폐기물장 유치를 놓고 차승원(이장)과 군수(유해진)가 ‘충돌’한다. 이 영화는 상영당시 2003년 전남 부안에서 펼쳐졌던 방폐장 반대 투쟁을 연상시켰다.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던 방폐장 스토리를 영화스토리로 정했다는 것이 정치적 영화의 또다른 출발점이었다.

영화의 주요 갈등 구조인 방폐장 스토리는 요즘 논쟁이 불붙은 ‘무상급식’과 닮은 점이 많다. 우선 ‘급’이 다른 이장과 군수가 충돌한다. 영화속 이장과 군수가 주장하는 방폐장 반대와 유치 이유도 각각 충분했다.무상급식도 그렇다.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 현실정치는 어떨까?

무상 급식을 놓고 이재명 성남시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한판’크게 붙었다.

무상급식을 선언한 이 시장에 홍 지사가 유상급식을 발표하면서 ‘뇌관’이 터졌다. 굳히 지위만 놓고 본다면 홍 지사는 영화속 ‘군수’급이고 이 시장은 ‘이장’급이다. 하지만 영화속 농촌배경처럼 두사람은 어린시절 지독한 가난을 겪었다. 둘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이 시장은 인권변호사로, 홍 지사는 검사로 활동하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이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고 홍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이다.

지난 1일 홍 지사가 무상 급식을 유상급식으로 전환하자 전국은 또 한번 ‘무상급식 찬반투쟁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 시장은 무상급식과 관련, 홍 지사에게 공개토론 ‘도전장’을 던졌다. ‘빅매치 ’성사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홍 지사는 “토론은 성남시의회 의원들과 해야지 왜 나한테 하자는 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온라인 상에는 ‘이장과 군수’을 비교하는 ‘영화속 주민(?)’들의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있다. 이들의 지위에는 관심이 없고 급식이 유상ㆍ 무상인지, 누가 과연 옳은지, 어떤 정책이 올바른지, 어떤 것이 더 이득인지에 대해 꼼꼼히 평가 할 뿐이다. 무상급식은 그만큼 예민한 논제이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지원 중단의 근거로 경남의 재정 상태를 거론했다. 그는 “경남의 경우 18개 시군 중 9개 군이 재정자립도 10% 미만이고 이들 군은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가 많아 무상급식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부채 문제가 등장하자 이번에는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 모라토리엄(지불유예) 탈출’ 이 화제로 떠오르고있다.

당선 초기 전임 시장의 방만한 경영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 시장은 “전임시장의 빚 7285억원중 5700억원을 갚고도 성남은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공공산후조리원 등 무상복지시리즈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나쁜 짓 안 하면, 예를 들면 부정부패 안 하고 예산 낭비 안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무상급식은 공짜가 아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알뜰하게 시장이 살림을 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것이 시민들이 나를 뽑아준 이유가 아니겠냐”는 논리를 폈다. 이 시장은 결국 단체장의 철학과 의지, 능력의 문제 임을 강조했다.

홍 지사도 참지 않았다. 홍지사는 ‘나도 경남도의 부채를 감축했으며 무상급식은 국익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남은 그 동안 1조3500억원에 달하는 부채로, 부채를 얻어 부채를 갚는 빈곤의 악순환으로 재정을 운영해 왔다”며 “제가 지사로 취임한 2년3개월 동안 이자 포함 하루에 9억원씩 부채를 갚아 6000억원대로 부채가 내려가 이제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성남시와 경상남도의 예산과 부채는 규모부터 달라 ‘수학적’으로 누가 더 잘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영화속 이장과 군수처럼 이들은 ‘대치중’이다.

이시장의 트위터에는 성남으로 이사해 살고싶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있다. ‘성남살아요’라는 유행어도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있다. 이들을 비교하는 패러디, 삽화, 만평, 유머도 등장했다. 재정자립도가 제일 낮은 강원도도 무상급식 논쟁과 관련, 포문을 열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강원도 예산이 3조7000억되는데 (무상급식은) 그 중에 200~300억 들어가는 돈”이라며 ““(강원도가)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제일 낮은 도”라며 “실제로 제가 재정상태가 나쁨에도 무상급식을 하는데 전혀 재정적인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액수”라고 말했다. 무상급식 논쟁은 성남과 경남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관객몰이’를 하고있다.

영화의 흥행 여부는 ‘관객’이 결정한다. 주인공인 이장과 군수가 흥행 여부를 결정짓지 않는다. 영화 ‘이장과 군수’는 여전히 현실정치에서 ‘상영중’이다. 국민들은 ‘표’로 흥행을 결정짓는다.

fob14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