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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 집사의 냥톡] 발톱의 비밀, 깎기의 비법
[HOOC=정찬수 기자] “내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무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쓰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내게 소중한 존재니까요.”

토실토실 귀여워 ‘찹쌀떡’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들 발에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발톱이죠.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사냥과 등반에 적합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 중 발톱은 먹잇감을 사냥하는 훌륭한 도구이자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뒤축과 앞축으로 보행을 하는 사람과 달리 고양이는 뒤축과 발톱으로 뛰어난 평형감각을 유지합니다. 

<사진출처=캣스터>

앞발 5개, 뒷발 4개로 이뤄진 발톱은 고양이가 도약하거나 빠른 속도로 방향을 전환할 때 효율적으로 힘을 분산시킵니다. 고양이가 집에 있다면 거실 바닥에 난 발톱 자국은 필연입니다. 높은 곳에서 낙하하거나 장난을 칠 때도 고양이는 자신도 모르게 발톱을 꺼냅니다. 기분이 좋을 때 바닥을 다지는 행동인 ‘꾹꾹이’도 젖을 나오게 하는 새끼 때의 습관이지만, 이 때도 발톱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고양이의 발톱은 인간의 머리카락이나 손톱처럼 끊임없이 자라는 부위입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잇감을 잡아야 하는 숙명의 징표랄까요? 거실이나 방에서 발톱 껍질이 자주 발견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뼈와 인대, 혈관까지 이어진 발톱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혈액순환이 닿지 않으면 모양 그대로 한 꺼풀이 벗겨집니다. 단백질로 이뤄진 발톱이 각질의 형태로 성장하고 퇴보하는 일종의 순환인 셈입니다. 고양이들이 하는 스크래치도 뼈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발톱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죠. 

<사진출처=픽사베이>

발톱을 깎는 방법은 반려인마다 다르지만, 혈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공통적인 숙제입니다. 발톱에 혈관이 보이지 않는 개와 달리, 고양이의 발톱은 혈관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깊이만 조절한다면 크게 어렵진 않습니다. 사람이 사용하는 손톱깎이로도 가능하지만 가능하면 고양이 전용 발톱깎이가 좋습니다. 손톱깎이는 안쪽이 보이지 않지만, 발톱깎이는 가위처럼 개방된 디자인으로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자칫 혈관까지 깎는다면 고양이와 반려인의 거리가 회복되기 힘들 정도로 멀어질 수 있으니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깎아야 합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방법이 어렵진 않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자신의 유일한 무기이자 걷는 축을 깎아낸다고 하니 얼마나 싫을까요. 하지만 반려인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고양이가 피하고 싶어하는 과정이므로 어릴 적부터 습관을 잘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톱을 깎고 간식으로 보상을 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캔이나 비닐로 이뤄진 같은 습식사료를 먼저 보여주고 발톱을 깎은 뒤 주는 일종의 반복 학습 효과를 노리는 것이죠. 익숙하게 되면 반려인이 간식을 안 주는 배신을 하더라도 이해(?)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발톱깎기에 적응을 하지 못한 예민한 고양이라면 ‘수면 중 깎기’를 추천합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하나씩 깎는 귀여운 테러를 감행하는 것이죠. 깊은 잠에 빠진 고양이를 가볍게 쓰다듬는 척하다가 하나씩 깎아내는 방법입니다.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하나씩 깎다 보면 고양이의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와 함께, 어느새 말끔한 냥이의 ‘찹쌀떡’을 보게 될 겁니다. 반려인의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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