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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리터리 Look] KF-X 돈·시간·기술 첩첩산중…그럼에도 해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대한민국의 미래 영공을 책임질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주재한 지난달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KF-X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선정했다.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이후 14년만이다.

KAI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KF-X 사업은 비로소 본 사업에 돌입하게 됐지만 등산으로 치면 정상으로 가기 위해 이제 겨우 초입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14년간 KF-X를 둘러싸고 온갖 논란이 제기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KF-X 사업은 향후에도 만만치 않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KAI가 이번에 선정된 것도 말 그대로 ‘우선협상대상자’로, 5월까지 기술과 가격 등 협상을 진행한 뒤 6월 최종선정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


▶14년간의 우여곡절=공군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적 기대와 성원에도 불구하고 KF-X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까지는 1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역대 정부는 국산 전투기 개발을 위해 나름 공을 기울였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에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은 경제성이 없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수출가를 맞추지 못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 막대한 개발비 부담을 떠안아야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잇따르면서 KF-X 사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일부 연구용역에서 사업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고, 2010년 7월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공동참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KF-X 사업 탐색개발이 착수되는 등 다시 한걸음 진전할 수 있었다.

탐색개발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진통이 이어졌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탐색개발 끝에 쌍발엔진모델 ‘C-103’을 내놓고 KF-X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KAI가 단발엔진모델 ‘C-501’을 제시하면서 KF-X에 탑재할 엔진 숫자를 놓고 단발이냐, 쌍발이냐는 논쟁이 불거진 것이었다.

‘쌍발론자’들은 무장력 등 성능에서 우수하다는 점을 내세운 반면, ‘단발론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따른 수출경쟁력 등을 앞세웠다.

군과 학계,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백가쟁명식으로 진행된 단발, 쌍발 논쟁은 작년 7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쌍발로 최종결정나기까지 2년여 동안이나 진통을 겪었다.

▶돈·기술·시간…첩첩산중=문제는 앞서 언급한 KF-X 사업의 과거만큼이나 미래 역시 순탄치만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언제나, 모든 일에서 그렇듯이 ‘돈’이 문제다.

KF-X 사업에는 개발비 8조6700억원에 양산비 9조6000억원 등 18조2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전까지 건군 이래 최대 무기도입사업이라고 했던 차기 전투기(FX) 사업의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국방부와 기획재정부의 예산 셈법이 다른데다 공군뿐 아니라 육군과 해군 역시 전력증강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예산확보가 순탄하리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개발비의 20%인 1조7000억원 가량을 분담하기로 한 인도네시아의 투자여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유가하락과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인도네시아가 투자여력과 의지를 상실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넘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됨을 잘 알면서도 국민들이 KF-X 사업에 기대와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은 몇몇 슈퍼파워 국가만이 가능했던 최첨단 전투기 개발을 우리 손으로 해낸다는데 대한 열망 때문이다.

실제 KF-X 사업이 성공리에 마무리된다면 대한민국은 전차와 전함에 이어 전투기까지 육·해·공군의 주요 무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몇 안되는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 역시 그만큼 높다. KAI의 파트너인 록히드마틴은 KF-X 사업에 필요한 17개 분야에 대한 기술 이전을 약속했지만 미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같은 핵심장비의 경우 우리는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수십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개발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핵심기술 이전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국은 지난해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T-50에 자국 핵심기술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중국 에어쇼 참가를 막은 적도 있다.


▶갈 길 험난하지만…=시간도 KF-X 사업의 편만은 아니다. 일단 우리나라의 전투기 적정 보유대수는 430대로 평가된다. 그런데 KF-X 사업 개발완료 시점은 2025년, 전력화 마무리 시점은 2032년께로 예상된다.

KF-X 사업의 배경이 된 F-4와 F-5의 도태 시점이 각각 2019년과 2025년 즈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대 초반에는 전력공백이 올 수도 있는 형편이다.

적정 보유대수 430대는 10여년 전 F35보다 전력지수가 2배 이상이라고 평가한 F-22를 상정한 수치라는 점에서 전력공백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군 당국은 KF-X 120대를 공대공 무장과 기본성능을 갖춘 블록1과 공대지 능력까지 갖춘 블록2로 나눠 순차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중국이 미국의 F-22에 대응하기 위해 KF-X보다 한 단계 높은 5세대 전투기인 J-20과 J-31 개발을 완료하고, 일본 역시 5세대 전투기 신신(心神) 시제기까지 개발하는 등 주변국이 한발 앞서가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KF-X 사업의 앞날은 장밋빛만이 아니다. 혹자들은 소형차를 만들던 자동차회사가 갑자기 포뮬러 원(F1) 경주용 차를 만들어야하는 상황에 빗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낙담만 할 상황도 아니다. 앞서 열거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우리나라가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모든 제품의 생산을 시도했을 때 똑같이 제기됐던 우려와 비판이기도 하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메이드 인 코리아’뿐 아니라 ‘코리아’ 자체가 그러했다고 할 수 있다.

18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인 만큼 군 당국과 해당업체뿐 아니라 전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한다. 또 군 당국과 해당업체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함은 물론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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