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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푸드 프런티어]코리안 디저트‘빙수’ 세계로…
<34> 설빙
국내 확대 자제 ‘점주 수익보장’
中 2017년까지 점포 150개 목표
싱가포르·태국 등 16國 진출추진
사철메뉴 자리매김이 성공 관건
유사업체 난립 “신뢰 잃을까” 걱정



“설빙을 보면 지난날의 레드망고를 보는 것 같다.”

레드망고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있었던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2000년대 중반 국내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열풍을 일으켰던 레드망고는 한때 국내에 300여개가 넘는 점포를 낼 정도로 세를 확장했지만, 미투 브랜드의 난립으로 시장이 포화되면서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지금은 국내보다 해외 매장의 수가 더 많을 정도다.

레드망고가 돌풍을 일으켰던 2004년으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난해 한국의 외식 디저트 시장을 장악한 것은 설빙이었다. 눈처럼 곱게 갈린 우유 빙수에 고소한 콩고물과 팥이 어우러진 ‘눈꽃 빙수’는 지난해 디저트 시장의 최고 히트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빙과 유사한 이름, 비슷한 콘셉트의 미투 브랜드들이 여럿 들어섰고, 커피전문점들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눈꽃 빙수를 메뉴로 내놓았다. 국내에 이러한 열풍을 주도한 설빙은 올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사업은 안정화…해외 사업은 본격화=한국 외식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사 사업자의 난립으로 시장은 포화되고, 품질 관리가 안돼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이미 누릴만큼 누린 소비자들은 새로운 메뉴를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설빙 역시 같은 위기를 반복해 경험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3월13일 설빙 본사에서 설빙 정선희(왼쪽 세번째) 대표는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해 태국현지기업 이띠아와 MOU를 체결했다. 설빙은 오는 6월 태국에 직영점 2개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50개 매장을 낼 계획이다. 설빙은 이밖에도 미국, 동남아 등 올해 내로 16개 국가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실제 설빙의 매장 수는 490여개에서 한동안 정체 상태다. 설빙의 김동한 부장은 “가맹점주의 매출을 보호해주기 위해 이미 진출한 지역은 더 이상 매장을 늘리지 않고, 기존에 매장을 내지 않았던 신도시 위주로만 매장을 내고 있다”며 “올해 국내 사업은 안정화 위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 사업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설빙은 지난 2월 중국 상하이에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진출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맺은 것을 시작으로 장수ㆍ지린ㆍ사천성 등과도 계속 계약을 조율 중이다.

이달 상하이에 해외 첫 매장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17년까지 중국에서만 150개 점포를 내겠다는 목표다. 또 지난 3월 마스터 프랜차이즈 양해각서를 맺은 태국에서도 내년까지 50개 점포를 낼 계획이다. 김 부장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등과도 계약을 추진 중이어서 올해 내로 16개 국가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외로부터 매장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제안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주로 한국에 방문했다가 설빙을 경험해보고 그 맛에 반한 현지 사업가들이 먼저 제안을 해오는 것이다.

김 부장은 “사우디와 같은 중동 국가를 비롯해 해외로부터 사업을 제안하는 메일이 하루에도 다섯건 씩은 온다”고 했다. 현재 계약이 추진 중인 말레이시아와의 사업 논의도 시작은 그렇게 이뤄졌다.

▶사철 메뉴로 거듭난 빙수…열대에서 한대까지=해외로 나가서도 설빙은 한국에서와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의 유사업체들이 미리 선수를 쳐서 해외에 사업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설빙’과 같이 얼핏 보면 설빙과 구분하기가 힘든 이름으로 노골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유사 업체 가운데서는 설빙이 협찬했던 한류 인기 드라마 ‘피노키오’를 자신이 협찬했다고 홈페이지에 띄워놓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가맹사업 상담 시 아예 설빙과 같은 회사라고 설명해주는 업체도 있다.

김 부장은 “설빙의 기술을 차용한 유사브랜드라 하더라도 빙질이나 재료의 배합 측면에서 맛을 따라올 수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해외에 한국식 디저트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건데, 현지인들이 ‘가짜’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계절이 뚜렷해 겨울을 지나거나 추운 기후를 가진 나라에서 사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느냐도 중요한 관건이다. 여름철 디저트의 이미지가 강한 빙수가 사철 메뉴로 자리잡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설빙은 지난 겨울 한국에서 잘 버틴 것을 희망의 증거로 보고 있다. 설빙은 겨울철 메뉴 ‘생딸기 설빙’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있었고, 덕분에 가맹점이 폐점하는 일도 없었다. 설빙은 혹한의 나라에 진출하는 것이 빙수에 대한 계절적 편견을 뒤집는 하나의 사건이 될 것으로 보고 러시아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부장은 “미국에 가보면 간 얼음 위에 색소만 뿌린 것을 수십분씩 줄 서서 먹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새로운 음식 문화에 대한 갈증이 큰 부호들이 많다”며 “설빙의 메뉴와 기술력으로 ‘코리안 디저트’ 빙수의 세계화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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