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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려놓기 힘든 ‘금배지’…비례대표 국회의원 80% 재선 도전
[헤럴드경제=국회팀]“지역민들과 농구 하느라 전화 못 받았어요.” “지역 어르신 만나고 있어요. 나중에…” “지역에 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요즘 여의도 국회에선 주요 당직자를 제외하고 국회의원들 얼굴 보기가 힘들다. 다들 유권자를 만나러 지역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은 1년이나 남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은 표밭을 지키느라,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표밭을 가꾸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평소 조용하게 지역을 챙기던 지역구 의원들도 각종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 활동을 적극 알리고 있다. 의정보고회를 통해 지역 민원을 청취하고 있으며, 지역구 이익을 위해 자신이 기여한 부분도 과감하게 밝힌다.

초선이든 다선이든 상관없다.

기반이 있는 지역구 의원들은 그나마 낫다. 재선 부담이 큰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지역 활동은 본격적인 선거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다. 표밭을 지키기보다 표밭을 빼앗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례대표인 A 의원은 새벽 4시30분에 새벽 기도에 참석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지역에서 당선되기 위해 종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필수 코스로 통한다. 새벽기도로 시작된 하루는 ‘조찬→지역행사→오찬→지역행사→만찬→저녁모임’으로 이어진다. 매일 같이 7~10개 정도 행사에 참석하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밤 9시. 그래도 사람 만나는 것이 재미있어 지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적지 않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이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헤럴드경제 국회팀이 전체 52명의 현역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의정활동 등에 대해 설문한 결과, 46명의 응답자 가운데 37명(80%)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8명은 ‘미정’으로 답했고, “재선 도전 의향이 없다”고 밝힌 비례대표는 1명에 그쳤다. 사실상 거의 모든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20대 총선 도전에 뜻을 품고 지역 활동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또 현재 비례대표 의원들의 연임이 제도화돼 있지 않아 재선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비례대표 인원을 많게는 100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의정활동을 하라고 금배지를 달아준 이들은 왜 지역 활동에 뛰어드는 것일까. 비례대표 의원들은 하나같이‘정치 활동에 대한 아쉬움’을 꼽았다. 재선 도전 의사를 굳힌 B 의원은 “초선으로서 4년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재선에 성공하면 정치를 시작하면서 마음먹었던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논의도 이들을 지역으로 내몰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이 방식이 도입되면, 지역 인지도가 높아야 공천도 받을 수 있다. C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지역 주민의 여론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제도가 도입될 것이기 때문에 지역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구 개편은 물론 오픈프라이머리 중대선거구제 석폐율제와 같은 선거제도 개편, 의원 정수 등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국회의원들의 밥그릇과 직결되는 총선 룰을 만드는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덩달아 지역을 찾는 의원들의 발걸음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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