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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버핏의 포스코 지분매각, 후진적 지배구조 탓 크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포스코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4월부터 6월 사이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지분 4.6%(394만7555주)를 모두 팔아치웠다고 한다. 이 회사가 포스코에 처음 투자한 것은 2007년이다.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라는 버핏의 철학에 비춰 볼 때 7년 투자는 결코 ‘장기’라 할 수 없다. 포스코의 투자 가치가 이미 사라졌다는 의미다.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포스코 주식을 매각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 다만 글로벌 철강경기가 길어지고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스코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란 추론만 가능할 뿐이다. 실제 포스코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60% 가까이 급감했다.

더욱이 적정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미련없이 거둬들이는 건 투자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버핏의 포스코 투자는 ‘실패작’이라 할 수 있다. 포스코는 버핏이 2000년대 들어 야심차게 투자한 아시아 3대 종목 중 하나다. 이 때 투자한 중국의 페트로 차이나 등 다른 종목은 5~7배의 수익을 냈지만 유독 포스코는 불안한 주가 흐름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출구전략을 모색하던 버핏으로선 그나마 누적 수익률이 100% 안팎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가 떠날 수 있는 적기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핏이 포스코에서 손을 뗀 건 단순히 수익률 때문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버핏은 2011년 방한 당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철강회사(incredible steel company)”라며 포스코를 극찬한 바 있다. 이후 철강경기가 곤두박질 쳤지만 통상 그런 정도로 장기투자자인 버핏이 투자를 접지는 않는다. 이번 매각이 포스코의 후진적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포스코 철수를 시작한 작년 4월은 정준양 회장이 물러나고 권오준 회장이 취임한 직후로 이런 저런 루머가 판을 칠 때다. 투자한 기업이 정권에 휘둘려 기존의 투자결정과 경영원칙이 수시로 바뀌는 데 실망하지 않을 투자자는 없다. 특히 박근혜정부들어서도 이런 행태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미련없이 손을 털었다는 것이다. 세계 5대 철강회사로 성장한 한국의 간판 기업조차 이제는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정권의 포스코 최고경영자 흔들기가 결국 투자자를 떠나게 하는 한 요인이 된 셈이다. 권력과 그 주변 세력의 통렬한 자성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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