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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밤하늘은 왜 어두울까?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밤하늘은 왜 어두운 걸까요. 해가 지니까 빛이 사라지고, 빛이 사라지니까 밤하늘이 깜깜한 게 당연한 거라고요? 그럼 다시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별들이 빼곡하게 차 있는 밤하늘은 왜 찬란하게 빛나지 않는 걸까요. 지구 밖에 있는 다른 별에서 지구를 바라봐도 또 지구에서 밤하늘을 봐도 우주는 왜 하얗게 빛나지 않고 오히려 검게 어두운 걸까요. 사실 이 질문은 뉴턴을 끊임없이 괴롭힌 질문이자 ‘우주빅뱅론’의 시작이 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올베르의 역설’(Olber‘s paradox)에 대해 언급해야만 합니다. 독일의 천문학자이자 의사인 올베르. 그는 밤이 언제나 낮보다 어두운 데 대해 의심했습니다. 뉴턴의 가설대로 우주 공간이 무한하고 그 공간에 고르게 분포된 별들로부터 별빛을 받는다면 밤하늘은 무한히 밝고 빛나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우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역설’입니다.

수식을 동원해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하늘의 별빛이 태양과의 거리인 1AU에 비해 r배 멀리 있다면 이 별빛의 세기는 1/(r의 제곱) 입니다. 하지만 거리 r의 우주 단면적은 (r의 제곱)배 증가합니다. 먼 곳에 있는 별 하나로부터 받는 빛이 약하더라도 그만큼 별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결국 지구에서 일정한 거리에 있는 별들로부터 받은 별빛은 ‘거리와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죠. 이렇게만 보면 밤하늘이 어두울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별빛을 합쳐도 우주는 깜깜합니다. 그렇다면 우주는 멈춰있고 무한하다는 뉴턴의 가설이 타당하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별들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게 아니라 유한하게 많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별들의 수가 유한하다면 우주도 유한하다는 ‘이율배반’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언급된 것이 우주 공간과 우주에서의 시간입니다. 다름 아닌 미국의 추리소설 작가이자 시인인 앨런 포가 처음으로 이 부분을 언급했고요. 그는 이에 대해 다소 난해한 산문시를 써냈습니다.

“별들이 무한히 이어진다면 하늘은 어디나 다 은하수처럼 환하게 빛나야 한다. 그런데 우주에 별이 없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으므로, 망원경으로 관찰할 때 우주공간의 빈 곳이 존재한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저편이 엄청나게 먼 곳이어서 그곳에 있는 어떤 빛도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베르의 역설’을 풀기 위해선 이같은 포의 추론과 더불어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이 밝혀낸 ‘우주팽창론’에 기대야만 합니다. 1929년 허블은 모든 은하들이 우리 지구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히거든요.

포의 추론과 허블의 우주팽창론에 비춰보면, 우주의 나이가 무한한 것이 아니고 빅뱅 순간부터 현재까지 유한한 값을 가지기 때문에 별들이 일정 거리 안에 존재하고 또 우주가 멈춰있지 않고 팽창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아직 도달하지 못한 빛들이 마저 도달해 밤하늘이 밝아지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게됩니다.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인 것이지요. 밤하늘은 어둠으로써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다는 것을 인간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 가지 더 추론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빛을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실제로 몇 분 전의 태양이고, 북극성은 수백년 전의 북극성입니다. 여러분이 본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참고= 카오스 강연 ‘우주의 기원’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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