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 순스포츠=구민승기자 ] 최고(最高). 말 그대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뜻이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남들은 모를 노력들과 희생이 언제나 수반된다. 또한 ‘한 분야에 미쳐본 적이 있는가’라고 자문하게 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 만큼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선 채찍질이 필요하다.
영화의 제목처럼 끊임없는 채찍질
‘버디 리치’ 같은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 싶은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는 미국의 명문 음악학교인 셰이퍼 음악학교에 입학했다. 처음에 그는 고만고만한 밴드에서 메인 드러머의 악보나 넘겨주는 보조 연주자였으나, 학교 내 실력자로 꼽히는 플렛처(J. K. 시몬스 분) 교수의 눈에 들어 스튜디오 밴드의 보조 연주자로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스튜디오 밴드의 주전 연주자가 되는 길은 험난했다.
그 험난함의 중심에는 플렛처 교수가 있었다. 플렛처 교수는 앤드류가 ‘위플래쉬’를 처음 연주하게 된 날, ‘잘 하고 있다. 제 2의 버디 리치가 될 거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플렛처 교수는 앤드류에게 의자를 던지고, 뺨을 때리면서 ‘자신의 완벽한 템포’를 앤드류에게 강조했다. 플렛처 교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고 있었다.
자신의 위치에 대한 집착
셰이퍼 음악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최고가 되고 싶었던 앤드류였다. 하지만 그는 플렛처를 만나고 더욱 최고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되었다. 플렛처는 그를 자극하기 위해 앤드류에게 두 명의 라이벌을 두었다. 플렛처는 드럼 연주자 세 사람을 자극하며 그들의 광기를 이끌어내려고 했고, 앤드류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드럼 스틱을 두고 온 앤드류가 제 시간에 오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무대 위에서 실수를 한다면 스튜디오 밴드에서 쫓겨나야 할 상황이었다. 자동차 사고가 났던 앤드류는 공연장으로 돌아와 드럼연주를 했지만, 결국 실수를 했고 플렛처를 향해 분노를 내뿜었다. 앤드류는 셰이퍼에서 제적당했고, 그는 플렛처의 만행들을 모두 알렸다.
“신호 줄게요”
서로를 농락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앤드류는 학교에 플렛처의 만행을 모두 알려 플렛처를 농락했다. 플렛처는 재즈 바에서 오랜만에 만난 앤드류에게 프로밴드의 드럼 연주자 자리를 제안했지만, 자신의 행동을 알린 것이 앤드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초 자신과 약속된 ‘위플래쉬’와 ‘카라반’이 아닌 ‘업스윙윙’을 연주하게 된 앤드류는 플렛처에게 농락당했다.
하지만 업스윙윙을 끝마치고, 앤드류는 최고를 보여주었다. 앤드류는 자신의 대해 대신 사과하려고 하는 플렛처의 뒤통수에 대고 신명나는 연주를 시작했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에게 신호를 주고, 카라반을 연주하는 밴드와 지휘하는 플렛처를 이끌어갔다. 카라반이 끝나고도 앤드류는 자신의 드럼솔로를 멈추지 않았다. 앤드류의 땀이 드럼 심벌에 맺히고 스틱을 잡은 손에 피가 맺힐 때까지 그는 열정적인 연주를 이어나갔다. ‘눈알을 뽑아버리겠다’던 플렛처도 그의 모습에 맞춰 지휘를 했고,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
의자를 던지고 뺨을 때리는 플렛처의 교육방식은 아주 폭력적이고 정상적인 사제지간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플렛처의 제자였던 유명한 트럼본 연주자가 플렛처가 집에 방문한 이후 목을 매고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플렛처의 교육방식이 좋진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플렛처가 말했듯 “세상에서 제일 가장 해롭고 쓸데없는 말은 ‘이만하면 잘 했어’”이다.
플렛처는 ‘이만하면 잘했어’라는 말이 삶을 살면서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만하면 잘 했어’에 만족하는 사람은 최고라는 단어와는 저절로 멀어지게 될 것이다. 평범한 인생을 살면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 영화는 평범하게 살았던 이들의 ‘최고에 대한 집착’을 한 번 쯤 상기시키기에 좋은 영화이다. 물론, 음악영화의 명성답게 재즈 연주들은 말할 것도 없다. J.K 시몬즈와 마일즈 텔러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위플래쉬>는 지난 12일 이후 절찬 상영 중이다.
<사진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