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거래액 8110억弗…8년 만에 최대 제약·헬스케어 주도…전년보다 21%증가 대형화·세계화 추세속 유로화 약세도 한몫 FT “각국 중앙은행 경기부양 노력 효과”
글로벌 인수합병(M&A) 규모가 올 들어 3월까지 1분기만 8110억 달러(약 897조원)을 기록하면서 2007년 이후 8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것이다. 제약업계와 헬스케어 분야 M&A가 전체 시장 규모를 키웠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처럼 M&A 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지난해부터 시장 상황이 좋았던데다 저금리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노력한 덕분이라고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국 로펌 크래바스의 스콧 바르샤이 기업부문 공동대표는 “M&A 시장의 활황이 지속돼야 한다”며 “이자비용이 싸고 즉시 대출이 가능하며 미국 경제는 튼튼하고 신뢰도도 높다”고 평가했다.
FT가 톰슨로이터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1분기 미국의 M&A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3990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94억달러로 63% 증가해 증가폭에 있어서는 최대였다.
이 가운데서도 제약업계를 비롯한 ‘헬스케어’ 분야의 M&A가 돋보였다. 1분기 헬스케어 업체들의 M&A는 952억 달러(약 105조원)로 전체 거래액의 11.7%를 차지했다.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특히 이 분야 인수합병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
최근 미국 제약회사 애브비(AbbVie)가 백혈병 치료제 업체 파머시클릭스를 210억 달러(23조1000억원)에 인수했고, 미국 화이자의 호스피라(Hospira) 인수(168억달러ㆍ이하 달러), 캐나다 밸리언트 파마슈티컬스의 미국 살릭스 파마슈티컬스 인수(159억) 등 굵직한 계약이 지난 2개월 새 잇따라 성사됐다.
이외에도 지난 30일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이 카타마란을 128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고, 11억 달러 규모의 미국 호라이즌제약과 하이페리온테라퓨틱스의 M&A, 이스라엘 테바제약의 32억 달러 오스펙스 인수도 예정돼 있어 향후 시장 전망을 더욱 밝게하고 있다.
올 1분기 헬스케어 분야 M&A가 부쩍 활발해진 건 기업들의 위기감의 발로다. 대형화, 세계화 추세 속에서 기업들이 ‘먹지 않으면 먹힌다’는 위기감에서 M&A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라자드의 스티븐 샌즈 헬스케어 부문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대형 제약사들은 독점 특허권을 갖고자 평가액이 비싸더라도 인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유로화 약세도 한 몫 거들었다는 분석이다. 올 1분기 유럽지역에서 M&A는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지만, 유럽 기업의 몸 값이 싸져, 글로벌 투자자들의 인수 호기로 여겨졌다. 도이치뱅크의 글로벌 M&A 장인 헨릭 아슬랙슨은 FT에 “유로화 약세가 해외 인수합병을 촉진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전 업종에 걸쳐 유럽기업 인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분야별로 보면 부동산 분야 M&A가 930억 달러로 헬스케어의 뒤를 이었다. 미국 메이서리치(213억), 호주 노비온프로퍼티(82억), 미국 보르나도리얼티트러스트(37억) 등 부동산 관련 기업들은 주인이 바뀌었다.
3위에 오른 통신 분야는 총 877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이뤄졌다. 홍콩 재벌 리카싱의 허치슨왐포아와 청쿵실업의 합병(454억달러), 허치슨왐포아 산하 유럽 이동통신사업자 쓰리(Three)의 스페인 텔레포니카 인수(154억) 등 리커싱 그룹의 사업재편이 M&A 시장을 흔들었다.
한지숙ㆍ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