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혈중알콜농도 0.099%. 면허 정지 수치이지만 0.001% 차로 아슬아슬하게 취소 처분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일 성북동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고 미아동까지 넘어왔다가 길가에 주차된 오토바이를 받았다.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충분히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경찰은 A씨에게 언제 어디에서 술을 먹었는지 추궁하기 시작했다.
위드마크는 운전했을 때와 음주측정했을 때 시간 차가 있으면 운전했을 때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추적하는 방식이다.
A씨는 대수롭지 않게 “방금 미아 삼거리에서 먹었다”고 둘러댔다.
이를 의심한 경찰은 A씨의 차량에 설치돼 있던 블랙박스를 꺼내보기로 했다.
경찰은 블랙박스를 열어보자마자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A씨가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OO야, 나 X됐다. 술 먹고 운전해서 집에 가다가 오토바이를 쳤어”라고 말하는 음성에 이어 그가 술을 마신 시간을 말하는 대목도 생생히 녹음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가 술을 마신 뒤 2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사고를 냈다는 것을 알아냈고, 위드마크 방식을 적용해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면허취소 수준인 0.103%라고 결론 내렸다.
자신을 보호하려고 설치한 블랙박스에 A씨 자신이 꼼짝없이 당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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