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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전망대> 노사정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정신 배워라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무역질서를 규정해온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에 종말을 고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변화를 이끌어낸 우루과이라운드(UR)의 타결과정은 세계 협상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당시 UR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 내부, 선진국과 신흥국 등 116개 참여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1986년 9월 협상에 들어간지 7년이 지나도록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협상 사무국은 1993년 12월15일을 협상시한으로 정하고 각국 협상단을 몰아부쳤다. 막바지 단계에서는 젊잖은 협의 대신 고함을 동반한 협박과 회유가 교차하면서 급박하게 진행됐다.

특히 전체 회의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수많은 협상장을 배치해 각 이해당사국들이 타협안을 들고 회의장에 들어오도록 강한 압박을 가했다. 협상은 치열하게 전개됐고, 거의 밤을 새우며 이뤄졌다. 심지어 협상문서를 내동댕이치면서 상대를 윽박지르기까지 하는 험악한 상황도 벌어졌다. 밖에서는 UR 반대 시위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협상은 밤을 지새우며 체력전의 양상까지 띠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러한 치열한 노력이 결국 50년 동안 유지돼온 GATT 체제를 종식시키고 WTO 체제를 출범시키는 역사적 전기를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일부 타결되지 않은 조항이 있었지만, 사무국이 협상 타결을 선언하는 극단적 처방을 내린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사무국의 투철한 책임의식과 타결에 대한 강한 의지, 각국 대표단의 처절한 노력이 새로운 역사를 만든 것이었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를 보면서 20여년 전 UR 타결 과정이 오버랩된 것은 지금 이 땅에서 이런 정신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선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기도 한다. 교황 선출시에는 각국의 추기경들을 회의장에 입장시킨 다음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회의장을 나서지 못하도록 하기도 한다. 합의의 중요성에 대해 서로 이해함으로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

노동개혁은 한국경제의 진로를 좌우할 핵심 사안이다. 대타협이 이루어질 경우 노동 분야는 물론 다른 많은 개혁과제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개혁의 실마리를 풀어갈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이정표를 만들 수 있다.

대타협을 위해선 UR 타결 과정에서 보여준 투철한 책임의식과 합의에 대한 강한 의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사정위원회가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협상 타결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도 그 합의를 존중할 것이다.

국민과 약속한 노사정 합의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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